정보통신부가 1·25인터넷대란 이후 사후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실시하는 정보보호 실태조사를 무리하게 감행, 실무를 담당하는 정보보호컨설팅전문업체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통부는 1·25인터넷대란 이후 정보보호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달 60개 조사대상 기업을 선정하고 정보보호컨설팅전문업체,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 한국전산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으로부터 전문 컨설팅 인력을 모집, 조사팀을 구성해 총 5주간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통부가 조사팀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정보보호컨설팅전문업체(이하 전문업체)에 협조공문과 같은 사전논의를 충분히 하지 않고 진행한데다, 실태조사를 진행하기 위한 비용도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해 전문업체들의 강한 불만을 사고 있다.
또 조사대상을 선정하는 기준도 모호하고 사전에 조사대상 업체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아 실무조사팀들이 업무진행에 큰 불편함을 겪고 있다.
◇낮은 비용=전문업체들의 가장 큰 불만은 낮은 비용이다. 정통부는 조사인력의 비용으로 1인당 1일 20만원을 책정했다. 이에 대해 전문업체들은 최소한의 유지비용인 60만원에도 못미친다며 열악한 컨설팅업체들에 너무 많은 부담을 주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이번 조사에 인력을 파견한 A전문업체 사장은 “정보보호컨설팅 비용의 현실화에 앞장서야할 정부가 오히려 덤핑수준의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실태조사가 갑자기 이뤄져 KISA의 예산 중 일부를 전환한 것이어서 컨설팅 비용을 높게 지불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번 조사의 인건비는 KISA 내규에 의해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업체들은 이번 실태조사에 책정된 비용도 문제지만 이번 비용기준이 다른 프로젝트에도 영향을 미쳐 전반적인 컨설팅 비용의 저가화로 번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성급한 강행, 불만 곳곳에서 터져=이번 조사에서 정통부가 선정한 60개 조사대상 기업은 대형ISP나 통신사를 비롯해 대·고·중·초등학교, PC방까지 총망라돼 있으며 이를 대형, 중형, 소형 등을 기준으로 3개로 구분하고 조사팀을 3개팀으로 분류했다.
조사팀은 총 13개 전문업체 중 인력지원 요청에 응하지 않은 한국IBM·해커스랩·에스큐브 등을 제외한 10개 전문업체로부터 각 1∼2명의 인력을 받아 총 12명의 전문업체 컨설턴트를 모았으며 여기에 KISA·한국전산원·ETRI에서 파견된 인력들이 포함돼 있다.
전문업체의 컨설턴트들은 조사대상인 60개 기업들을 별다른 기준없이 선정하다보니 고급인력에 해당하는 정보보호 컨설턴트들이 PC방을 돌아다니며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게다가 조사대상기업에 구체적인 협조요청을 하지 않아 대상기업들이 조사받기를 꺼릴 뿐더러 연락조차 안되는 경우도 있어 업무진행에 불편함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B사의 한 컨설턴트는 “이번 조사에 앞서 정통부로부터 ‘조사기관에서는 정통부 공무원처럼 행동하라’ ‘조사목적을 설명해달라는 요구가 있을 경우 곤란하면 대답을 안해도 된다’는 식의 교육을 받는 등 구시대적 행태를 보였다”고 말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