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대란 다가온다](상)고유가에 발목잡힌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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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럴당 30달러를 웃도는 고유가 행진이 지속되면서 우리 경제가 또 한차례의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유가상승으로 인해 제조원가 및 각종 물류비가 상승하면서 경쟁력이 약화될 뿐 아니라 세계경제 위축으로 소비가 줄면서 수출에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자·정보통신업계도 에너지대란에 대비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 전쟁 초읽기에 들어간 이라크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가급등, 우리 경제에 직격탄=한해 200억달러 가량의 석유를 외국에서 들여오는 우리나라는 세계 4위의 원유수입대국이다. 특히 수입원유의 중동의존도는 현재 약 73.4%로 절대적이다. 따라서 최근 일고 있는 유가상승 레이스는 이라크전 발발위기와 맞물려 우리 경제의 최대 악재다.

 지난해 한국이 수입한 원유량은 총 7억9000만배럴. 유가가 배럴당 1달러만 상승해도 한해 동안 7억9000만달러, 즉 1조원 가까운 수입비용이 추가발생하는 셈이다.

 한국산업은행이 최근 발표한 ‘국제유가 전망과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이라크간 전쟁이 6∼12주간 지속되고 국제유가가 연평균 12% 상승(배럴당 37달러)시 국내 경제성장률은 1.4%포인트 하락이 예상된다. 또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는 각각 1.7%포인트와 1.6%포인트씩 감소하며 경상수지도 65억달러 감소할 것이라는 게 산은측 분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LG경제연구원 등 국책 및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작년말 내놓은 경제성장률의 하향수정작업에 착수해 있는 상태다. LG경제연구원의 김기승 연구위원은 “지난해 말에는 올해 평균유가를 배럴당 25달러로 가정했으나 최근 유가급등으로 경제여건이 크게 악화됐다”며 “이달중 내놓을 경제전망치는 상당폭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KDI의 조동철 거시경제팀장도 “작년말 발표한 5.3%의 경제성장률이 4%대로 수정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위기맞은 전자·정보통신업계=현재 국내 전자·정보통신업계는 유가상승으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보다는 원자재 및 각종 물류비 상승과 경기위축에 따른 소비감소 등 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실제로 코오롱·한화종합화학·LG화학 등 부품·소재업체들은 최근 유가상승에 따라 가격을 한차례 인상했지만 추가로 발생한 유가 인상분을 공급가격에 반영할 경우 IT 경기침체로 해당 업체들의 가격저항이 클 것으로 판단,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큰 고민에 빠져 있다.

 이처럼 유가상승으로 인해 일부 원자재 가격이 출렁거리고 있는 가운데 물류업계도 해운·항공 유가할증료 등 각종 물류비 인상을 추진하고 있어 수출비중이 높은 전자·정보통신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현재 전자·정보통신업계가 고유가시대를 맞아 가장 우려하는 것은 유가급등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이다. 이와 관련, 무역협회는 “유가상승에 따른 수출감소는 약 1억달러 규모지만 유가상승이 세계경기 둔화로 이어질 경우 추가로 1억6000만달러의 수출 감소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상승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소비위축이 가속화되면서 IT산업의 불황탈출 시기가 더욱 더뎌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