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판매가 유지, 가전유통가 이슈로 등장

 가전메이커들이 유통업체에 제품을 공급하면서 판매가격을 일정수준 이상으로 맞춰줄 것을 요구하는 일명 ‘제품판매가(제판가) 유지’가 가전유통가에 새로운 이슈로 떠올랐다.

 그동안 제조와 유통업체 사이에 관행처럼 여겨지며 지켜온 제품판매가를 놓고 최근 양 업계간에 ‘가격통제다, 아니다 시장질서를 위한 협조요청이다’는 상반된 견해를 보이며 치열한 물밑신경전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대형 할인점, 전자전문점, 온라인 유통업체 등 가전제품을 취급하는 유통업체와 LG전자, 삼성전자 등 가전메이커에 따르면 유통업체의 매장에서 판매되는 가전제품의 가격을 놓고 메이커와 유통업체간 이해관계 및 입장차이가 크게 엇갈리면서 갈등양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대형 할인점과 가전메이커 사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할인점 업계는 최근들어 “가전메이커의 자사상품에 대한 가격통제 의지가 강화되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메이커들이 판매가 적정선 유지를 요구하며 이를 어길시에는 공급가 인상이나 공급중단 등의 조치를 통해 압박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대형 할인점간 분쟁이 장기화된 틈을 이용, LG전자의 자사제품에 대한 가격통제가 상당히 거세진 것으로 알려졌다.

 모 대형 할인점 가전 담당자는 “LG전자의 자사 대물(대형가전)에 대한 판매가 통제방침이 여러 경로를 통해 강하게 전달되고 있다”며 “트롬, 디오스, X캔버스 등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상품과 브랜드에 대해서는 과민할 정도의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LG전자뿐 아니라 만도위니아, 대우일렉트로닉스 등 주요 대형 가전메이커 역시 다양한 방법으로 제품판매가 유지를 관철시켜 나가고 있다. 가전유통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만도위니아의 경우 특정 유통업체가 자사상품의 가격을 흐리거나 더이상 가격통제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모델 단종 조치에 이은 신제품 공급을 앞당기는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가전메이커의 가격통제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자전문점, 온라인유통업체 등 가전제품을 판매하는 전업종에 걸쳐 있으며 공급되는 전상품에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제품 공급업체가 공급제품을 특정가격에 맞춰 판매할 것을 요구하고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공급중단을 무기로 삼는 것은 공정거래법상 위반”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메이커가 공식적인 통보가 아닌 영업사원을 통해 구두로 전달하며 유통업체 역시 암묵적인 관행으로 여기며 이에 맞춰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제품이 공급된 이상 판매는 유통업체가 알아서 할 일이며 유통업체에 대한 메이커의 가격통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 후 “일부 신모델의 경우 전체적인 시장을 고려해 일정가격 이상으로 판매해 달라고 권유하는 경우는 있다”고 일부 시인했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