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랜업계, 인텔 센트리노 촉각

 인텔이 무선랜 기능을 갖춘 새로운 프로세서 제품군 ‘센트리노’를 12일 공식 발표함에 따라 무선랜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는 센트리노가 무선랜 기술인 IEEE802.11b를 지원하는 칩세트인 ‘칼렉시코(Calexico)’를 포함하고 있고 향후 무선랜 시장의 큰 축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내장형 무선랜카드 시장을 직접적으로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인텔의 무선랜 사업=인텔은 이번 센트리노 발표에 따라 기존 네트워크사업 형태의 무선랜사업보다는 노트북 같은 휴대단말기에 기본 장착되는 내장형 무선랜카드 사업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지난해까지는 카드뿐 아니라 액세스포인트(AP)도 자체 브랜드로 시장에 공급하며 일반 네트워크장비업체와 비슷한 사업을 전개해왔다. 하지만 이번 발표에 맞춰 이같은 네트워크사업 모델은 올 상반기까지만 진행하고 이후에는 원보드 형태의 내장형 무선랜카드 사업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무선랜 시장 변화=이처럼 인텔이 프로세서 분야의 강점을 앞세워 내장형 무선랜카드 사업에 전력키로 함에 따라 무선랜시장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비록 현재 시장에 출시되는 대부분의 노트북이 별도의 PCMCIA형이나 USB형 무선랜카드를 장착하는 형태이지만 점차 무선랜 내장형 제품이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적어도 이 분야에서 만큼은 인텔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통신사업자 대상 공중망 무선랜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국내업체들로서는 지금 당장 큰 영향을 받지는 않겠지만 향후에는 무선랜카드 사업에서는 손실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텔의 적극적인 마케팅에 힘입어 무선랜카드를 내장한 노트북이 대중화되면 통신사업자의 무선랜카드 발주량이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무선랜시장은 기존 시스코, 어바이어 같은 네트워크장비업체들이 주도하는 엔터프라이즈 시장, 국산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공중망 무선랜시장과 함께 인텔을 비롯한 칩세트 업체들이 주도하는 내장형 제품 시장이 새로운 축을 형성할 것으로 예측된다.

 ◇인텔과 시스코=인텔의 센트리노 발표에 따라 관심이 모아지는 곳은 전세계 무선랜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시스코의 행보다. 인텔은 지난 수년간 무선랜 분야에서 시스코와 협력관계를 맺어왔다. 실제로 인텔은 시스코의 무선랜 호환프로그램인 ‘CCE(Cisco Compatible Extensions)’에 참여해왔으며 칼렉시코 칩세트에도 시스코 기술이 상당부분 도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텔이 세확산을 위해 센트리노 기술을 타사의 AP, 소프트웨어, 무선서비스 등과 함께 테스트하여 호환성을 검증하는 ‘무선인증프로그램(Wireless Verification Program)’을 펼쳐나가고 있는 만큼 향후에는 시스코와 대립할 여지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시스코코리아 관계자는 “인텔과 시스코는 무선랜사업 방향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이번 인텔의 센트리노 출시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며 “오히려 인텔을 통해 시스코의 무선랜 기술을 보급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