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휘영 그라비티 사장 tonton@gravity.co.kr
최근 국내 온라인게임 업계의 화두는 세계무대 진출 모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종 일간지의 게임관련 기사와 월간지 기사를 장식하는 첫머리 대부분이 원 소스 멀티유스나 세계화, 글로벌, 인터내셔널 등의 단어들이 많이 나타나는데서 보듯 국내 온라인게임 업체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미 세계의 게임시장도 한국 온라인게임의 경쟁력과 급성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국내에는 몇몇 온라인게임이 해외에 진출해 일명 대박을 이룬 좋은 사례들이 있다. 하지만 이들처럼 해외로 나간다고 무조건 성공을 보장받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현지에서는 성공한 게임보다 몇 배 더 많은 수의 게임들이 실패를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중국 현지 파트너와의 로열티 지급 문제를 놓고 계약해지 상황까지 몰린 미르의 전설 사례처럼 절반의 성공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다.
성공적인 해외진출을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 먼저 국내에서 얼마나 철저히 준비하느냐다. 다시 말해 해외 바이어와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 국내에서 얼마나 준비하고 그들과 협상 테이블에서 당당히 마주하는가 하는 것이다. 이 때에는 국내에서 하던 관행과 습관을 문화와 비즈니스 마인드가 다른 외국인에게도 내밀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일전에 만난 한 프랑스의 바이어는 협상 전에는 식사초대나 접대를 모두 거부했다. 처음에는 우리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이렇게 행동하는 것인가 걱정을 했지만 그들은 협상을 앞두고 상대와 개인적인 비공식 일정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말 그대로 일은 일로 푸는 것이다. 대충 넘어가는 것은 있을 수도 없고 상대 회사에 대해서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구석구석 알고 있는 것에도 놀랐다. 그만큼 철저히 준비하고 오기 때문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풍부하고 철저한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통 할리우드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가져 온 매뉴얼은 형식적인 보고서 스타일이 아닌 작업 가이드식의 완벽한 매뉴얼이다. 작업자의 플로어와 지침이 세세히 들어있는 제작 전반의 노하우와 계약서, 마케팅 전 분야에 걸쳐 분야별로 자세하게 들어있는 매뉴얼들은 진정한 프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매뉴얼 하나만 보더라도 우리에게 왜 할리우드 시스템이 쉽게 넘을 수 없는 벽인지를 실감하기에 충분했다. 이런 전통의 노하우와 시스템은 실로 엔터테인먼트와 문화대국의 모습을 느끼게 한다
해외진출에 필요한 이 두 가지는 단숨에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 스스로가 먼저 변하고 철저히 준비할 때 이뤄지는 것이다. 국내 게임개발사도 이제 바뀌어야 한다. 그동안 국내 게임개발사들은 게임을 개발할 때 처음 기획한 바는 온데간데 없이 ‘만들면서 고치면 된다’라는 주먹구구식의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그 결과는 몇몇 운 좋은 개발사를 제외하고 많은 개발사들이 프로젝트를 중단하기도 했고 심지어는 개발사의 존립까지도 위협받게 되는 결과를 초래해 왔다.
국내 게임업계도 투명하고 철저한 계획을 바탕으로 개발이 진행되고 처음 기획당시의 계획과 오차가 없을 정도의 탄탄한 기획력을 확보해야한다. 이러한 내실이야말로 국내 개발사의 역량을 높이고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갖게 되는 밑바탕이 된다.
국제화, 세계화라는 것의 핵심은 양이 아닌 퀄리티의 승부임을 주지할 때 비주얼뿐만 아니라 마케팅 등 여러분야에 걸친 인프라 퀄리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개인적인 매뉴얼식 과제수행과 업무의 전산화 도입, 철저한 시장분석, 스피디한 팀제 의사결정 및 체계적인 프로듀싱 그러나 크리에이션을 잃지 않는 시스템 등은 세계무대 진출의 선봉장이 되서 외국과의 비즈니스에서 승전보를 울려 줄 밑거름임을 의심치 않는다.
지금 한국 온라인게임은 아주 좋은 기회를 맞고 있다. 그 옛날 광개토대왕이 그랬던 것처럼 한국 게임개발사들이 세계 무대에 진출해 최고가 되는 날이 머지 않았음을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