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기술부·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인텔이 차세대 ‘펜티엄’으로 내세우는 야심작 ‘센트리노’가 일반에 공개됐다. 인텔은 PC의 역사가 새로 시작됐다며 향후 PC시장을 ‘센트리노’로 이끌고 가겠다는 거창한 마케팅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지난 12일 제주 신라호텔 발표회장에 모인 IT업계 관계자 및 애널리스트, 기자들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인텔은 ‘센트리노’의 우수성을 설명하면서 벤치마크 결과 1.6㎓급 ‘센트리노’가 2.4㎓급 ‘모바일 펜티엄4’보다 성능이 15% 이상 향상됐다고 발표한 것이다. 소비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사무용 소프트웨어 작업과 인터넷 접속에서 속도가 빠른 ‘펜티엄4’보다 오히려 속도가 느린 ‘센트리노’가 더 뛰어나다고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그순간 큰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그동안 줄곧 ‘고속=고성능’이라며 속도 경쟁을 주도해왔던 인텔이 스스로 ‘속도가 낮아도 성능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같은 주장은 AMD가 누누이 강조해 온 ‘실제 성능(TPI, PR)’의 중요성과 같은 맥락이어서 더욱 당황스러웠다.
이에 대해 인텔은 “노트북PC에 최적화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기술을 적용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반면 한 참석자는 “인텔은 이제 스스로 고속 경쟁이 더이상 무의미함을 인정한 것”이라면서 “그동안 AMD의 주장을 묵살했던 인텔에 배신감마저 든다”고 격분했다.
그러나 참석자들이 더 황당했던 것은 인텔의 가격 정책이었다. 인텔은 센트리노를 ‘모바일 펜티엄4’보다 성능이 좋다는 이유로 가격을 대폭 올려 최고속 제품인1.6㎓를 720달러로 책정했다. 무선랜 모듈과 칩세트의 시중 판매 가격이 50달러가 되지 않는 것과 비교한다면 무려 3배에 달하는 수치다.
인텔은 시장을 정의하고 고도의 마케팅을 전개, 이익을 거두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보다 질 좋고 값싼 제품으로 ‘고객의 가치’ 올리는데는 너무 인색하다. 인텔이 고객을 위하는 기업이면 그동안 인텔의 성장을 위해 과감히 호주머니를 털었던 소비자들에게 더이상의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