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업종간 융합(컨버전스) 사업으로 통신·금융 복합서비스(e금융)가 꼽히고 있는 가운데 이 분야에서 KT와 SK텔레콤이 한결같이 닮은 꼴의 사업행보를 보여 흥미거리다.
통화료 수입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통신사업자들의 구상은 이미 지난 3, 4년 전부터 다채로운 신규 사업으로 표면화됐고, 이 가운데 e금융은 가장 유망한 사업으로 거론된 분야. 초기 온라인 청구과금(EBPP) 서비스를 매개로 전자지불결제에 집중된 양 통신사업자들의 e금융 사업은 지난해 이후 IC카드, 최근 온라인 금융유통 서비스로 진화하면서 더욱 빼다박은 모습이다.
우선 EBPP는 고객들의 통신요금을 온라인으로 납부할 수 있는 서비스로, 두 회사 모두 장기적으로는 종합지로 서비스를 욕심냈다. 지난 2000년 SK텔레콤이 ‘빌플러스’ 사업부를 분사시키자 KT도 ‘빌플라자’라는 서비스명으로 분사를 추진했다.
그러나 EBPP시장의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빌플러스 사업은 지난해 SK텔레콤으로 통합되면서 법인 자체가 유명무실해졌다. 비숫한 사정이었던 KT도 지난해 말 요금징수 효율화를 위해 운영하던 ‘아이빌’ EBPP서비스와 빌플라자를 축소 통합했다. EBPP서비스는 출발 당시의 사업구상이나 신속한 사업정리 과정조차 닮은 셈이다.
지난 2001년 SK텔레콤이 먼저 불을 지핀 이동통신 스마트카드 사업도 매 한가지다. SK텔레콤은 공격적인 행보로 같은해 1차 모네타카드 사업에서 100만장의 제휴카드를 보급한 뒤, 현재는 내장형 칩카드서비스인 모네타 사업을 외환·우리카드와 함께 추진중이다. 시기는 1년 가량 늦었지만 KT도 지난해 하반기 다수의 금융·IT 업체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IC카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사업모델의 공통점이라면 IC카드를 매개로 금융·로열티 등 각종 부가서비스를 묶어 제공하고, 참여사업자들은 투자분담을 통해 공동의 수익을 노리겠다는 것.
그러나 두 회사가 처한 구체적인 상황은 다르지만 모두 ‘투자는 최소화하되 최대의 이익을 보장받겠다’는 참여 사업자들간 이해관계탓에 어려움을 겪는 것도 마찬가지다. 당초 지난해 말 협력사들간 본 계약을 예상했던 KT는 일러야 이번주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두회사는 이밖에 유무선을 통해 각종 금융상품을 파는 온라인 ‘금융유통’에도 비슷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미 지난 2001년부터 준비작업에 착수, 최근 금융포털 시스템 구축사업자를 선정하고 올 하반기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준비는 늦었지만 KT도 지난주 삼성·대한·라이나생명 등과 제휴를 맺고 다음달 1일부터 자사 빌플라자 회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보험상품 판매에 나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로선 양대 기간통신사업자들의 e금융 사업전망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각이 불투명한 게 사실이다. 보수적인 제도권 금융환경과 미미한 시장수요탓에 지금껏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성과를 거둔 사업이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 사업모델이나 추진과정, 그 결과물이 서로 유사하다는 것은 수종사업에 대한 기간통신사업자의 고민이 비슷하기 때문”이라며 “다만 e금융 분야는 가장 유망한 신시장으로 기대가 쏠리는 만큼 이제는 가시적인 성과물이 나와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