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게 살아라> 베르너 티키 퀴스텐마허, 로타르 J 자이베르트 지음, 유혜자 옮김, 김영사 펴냄
얼마전 GE 백색가전의 CEO로 취임하면서 책상정리를 하게 됐다.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계속 모아왔던 다이어리, 이제까지 만났던 사람들의 명함, 지금은 아홉살이 된 딸이 유치원다닐 때 보내준 ‘아빠 사랑해요’라고 쓴 편지와 그림들, 언젠가 볼 것이라고 그동안 모아둔 교육자료와 스크랩들, 그동안 직장생활을 하며 받았던 수료증, 축전, 기념품들, 직장을 옮기면서 다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짐이 너무 많았다.
최근 1, 2년사이 불어나 버린 회사서류들까지 보면서 많은 반성을 하게 됐다. 버리자. 미련없이 과거는 기억 속에 담아두고 현재 내게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것은 무엇인지, 당장 폐기시킬 것이 무엇인지 분류를 시작했다. 꼭 필요한 것을 제외하고 몽땅 버리기로 했다. 시원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했지만 작업을 끝내고 나니 홀가분해 날아갈 듯 몸이 가벼워짐을 느꼈다. 자유란 별거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아주 쉽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 가질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가지고 갈 것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버릴 때 비로서 빈 공간이 생겨 채울 생각도 하고 새로운 것이 들어올 수 있겠다는 평범한 진리를 배우게 됐다.
지난해말 아내가 삶에 도움을 주는 책이라며 내게 권했던 ‘단순하게 살아라’라는 책이 생각이 났다. ‘더 쉽고 더 행복하게 살기’라는 부제가 붙은 ‘단순하게 살아라’는 베르너 티키 퀴스텐마허의 책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받아만 두었는데 책장에서 다시 발견하게 됐다. 선 채로 표지를 읽다가 단숨에 탐독을 하게 됐다. 너무 진솔하고 삶에 와 닿는 언어로 풀어가기 때문에 부담감이 없었다. 구체적인 지침을 주는 훌륭한 교과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단순함의 미학을 말하고 있다. 사무실, 집안, 시간, 건강, 사회적인 관계, 부부관계, 자기관리 등 내게 가장 가까이 있는 것들에 대해 단순하게 정리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해 주고 있다.
복잡하고 다난한 세상에 살지만 철저하게 단순화 작업을 해야 새로운 엔도르핀이 생겨나 각자에게 주어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성공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7단계로 나눠 단순하게 살아가는 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단순해지기 위해서는 먼저 많은 것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1단계로 물건들을 단순화시키라고 말한다. 오래된 여행관련 팸플릿, 일주일 이상 묵은 신문, 연도가 안맞는 메모장, 해묵은 크리스마스카드, 아이들이 어렸을 때 그린 그림 가운데 절반 정도, 1년 동안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물건 등을 버리며 일터와 주변을 정리정돈하라고 설명한다.
2단계로 재정상태를 단순화하라고 말한다. 빚을 지지 마라. 무분별한 카드 사용과 마이너스 통장 운영을 자제하고 가능한 한 가지고 있는 현금으로 지불하라는 것이다. 빚을 지고 있는 동안에는 큰 물건을 구입하는 것도 뒤로 미루고 외식도 하지말고 모든 것을 아껴 써야 한다는 것이다.
3단계로 시간을 단순화하라고 말한다. 우선순위를 정해 꼭 해야 할 일에 집중하고 일을 뒤로 미루지 마라. 꼭 볼 것 리스트를 줄이라고 말한다.
4단계로는 건강을 단순화하라는 것이다. 많이 움직이고 건강한 미소를 짓고 즐거운 마음을 먹되 불필요한 살을 없애라는 것이다. 음식물 섭취에 한계가 있으므로 적당량을 먹고 꼭 필요한 것만 먹으라고 권고한다.
5단계는 관계를 단순화시키라는 것이다. 꼭 필요한 만남과 효과적인 만남을 가지라고 말한다.
6단계는 배우자와의 관계를 단순화하라는 것이다. 행복한 부부관계를 위해 고정관념을 버리고 함께 가는 법을 배우라고 말한다.
마지막 7단계는 자신을 단순화시키라고 말한다. 삶의 목표를 분명히 하고 단순하게 살라는 것이다.
나는 삶을 단순화시키고 역량을 집중해 성과를 만들어 내고자 하는 직장인들에게 특별히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GE의 잭 웰치 전 회장이 이미 90년대에 들어 GE를 좀더 스피드 있고 효율적인 기업으로, 경쟁에서 이기는 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일에 대한 접근법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강조했던 말을 소개하며 맺으려 한다.
“자신감이 없으면 단순해질 수 없다. 단순하게 보일까봐 두려워 한다. 사업절차를 단순화시키고 스피드를 높일 수 있는 자신감을 가져라. 자신감이 있는 리더들은 간단한 계획을 세우며 간단하게 이야기하고 크고 분명한 목표를 정한다. 사업은 단순하다. 단순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라. 사업을 복잡하고 어렵게 만들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