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세상속으로]프로그램심의조정委 `엔터`

 최근 외산 일색이던 캐릭터 시장에 국산 캐릭터 상품이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러한 국산 캐릭터 상품의 인기 열풍에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엽기토끼 마시마로가 빠질 수 없다. 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위원장 윤석근)가 발행하는 ‘엔터’에 실린 ‘신문화인사랑방-마시마로’를 소개한다.

 아직도 ‘마시마로, 일본꺼 아니야? 역시 일본 캐릭터는 귀여워’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답은 ‘아니오’다. 마시마로는 엄연한 한국 토종 캐릭터다. 그것도 보통 캐릭터가 아니라 세계적인 캐릭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캐릭터로서 말이다.

 2000년 10월 캐릭터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를 운영하던 필자가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 귀여운 그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마치 어두운 터널에서 빛을 발견한 듯한 느낌을 준 ‘마시마로’와의 첫 만남이었다.

 외국 캐릭터 제품만이 잘 팔리던 당시에 나는 한국 캐릭터도 인기상품이 될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을 갖고 있었다. 이러한 작은 희망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었다. 짧은 다리, 뒤에서 보면 아기 엉덩이를 한 아기곰처럼 생겼고 앞모습은 갓난아기처럼 귀여운 볼에 축처진 눈을 가진 그림을 보고 한눈에 ‘바로 이거야’라고 생각했다.

 바로 작가를 찾아 설득하고 인형제작에 착수했다. 작가도 한국 캐릭터에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던 사람을 찾고 있었는지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었다.

 인형은 2001년 2월 밸런타인데이를 시작으로 서울에서부터 지방으로 그야말로 날개돋힌 듯이 팔려 나갔다. 이것이 한국 캐릭터 비즈니스의 한 획을 그은 마시마로 사업의 시작이었고 이와 동시에 극심한 불법복제품의 난립 또한 시작됐다.

 인형이 출시된 지 한 달 만에 불법 복제품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필자는 검찰과 경찰, 대한민국 세관과 언론사를 설득하고 협조를 얻어 복제품과의 전쟁을 치렀다. 저작권법과 부정경쟁방지법을 적용해 힘겨운 싸움을 한 결과 약 3개월 뒤 전국적으로 마시마로가 법적으로 보호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돼 갔다.

 그후 8개월 뒤 거대 대륙 중국의 복제품과 또 한번 전쟁을 치러야 했고 이 전쟁은 지금도 끝나지 않았다. 중국은 중국법으로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었다. 넓은 나라에서 어디서 불법제품을 만드는지 알 수도 없고 법적 해결비용이 사업투자 비용보다 더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이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고 있고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에서 화교가 자본을 움직이기 때문에 중국 법적 제도의 세계화는 이른 시간내에 해결해야 할 것이다.

 현재 마시마로 캐릭터는 문구·완구·인형·자동차용품·가정용품·주방용품·욕실용품·음료·제과 등 여러 분야에서 상품이 출시되고 있고 제품 수만 2700여가지나 된다. 또한 해외로는 일본·대만·홍콩·중국·싱가포르·인도네시아를 비롯해 미국·유럽으로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 문화 콘텐츠인 이 캐릭터를 전세계에서 볼 수 있는 날도 머지 않았다.

 처음에 국산 캐릭터를 보급하고자 했던 막연하고 단순한 생각이 이제는 국내 캐릭터 산업의 발전을 자극하고 세계 캐릭터시장을 넘보는 당당한 도전의식으로 변했다.

 이런 결과를 만든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공을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돌리고 싶다. 우리 국민들의 한국 문화에 대한 사랑이 거대한 내수 시장을 형성하게 했고 이로 인해 해외 시장으로 뻗어 나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옛날 우리 선조들이 중국 문화를 받아들였지만 이제는 중국이 우리 문화를 받아들이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시대에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우리 나라가 세계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시점에서 빨리 근절돼야 하고 법적 제도 또한 선진국형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화상품을 잘 팔기 위해서는 곧 선진국 수준의 국민의식을 필요로 한다. 이제는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한국 문화 콘텐츠를 파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최승호 씨엘코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