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타워]불확실성만 키운 최악의 통신개혁

 "시내 전화 사업자들의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하는 정책이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건설한 시내전화망을 경쟁 업체들에게 개방하라는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 소송을 해서라도 개정된 통신법의 시행을 막겠다"

 "정반대다. 시내 전화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베이비벨들의 영향력이 초고속 인터넷 분야까지 확대하는 역효과를 낳을 것이다. 이는 인터넷 서비스 업체는 물론 장거리 전화 사업자들의 존립기반까지 위협할 것이다"

 최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이 고심 끝에 내놓은 통신개혁(안)을 비난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업체들도 있지만 이는 극소수에 그치고 부정적인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들 중에는 `불확실성만 키운 최악의 통신개혁`이라는 극단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FCC는 미국에서 통신과 방송(케이블 포함) 분야 정부 정책을 종합^조정하는 독립기관. 그린스펀이 `경제 대통령`이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듯이 FCC 마이클 파월 위원장은 흔히 `통신 대통령`으로 불린다. 따라서 그의 말 한마디는 전 세계 정보기술(IT) 관련 분야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2001년 취임한 마이클 파월 FCC 위원장이 2년여를 고심한 끝에 내놓은 통신개혁안이 `장고 끝에 악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즈니스위크 최신호는 그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우선 통신분야에서 완전경쟁을 유도한다는 대원칙이 중간에 흔들렸다는 것이다. FCC가 처음 제시했던 안은 시내 전화망의 개방 의무조항을 완전 폐지하는 것이었는데 표결과정에서 5명의 위원들간 의견이 엇갈려 이를 관철시키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FCC는 AT&T와 같은 장거리전화 회사들은 지역전화 회사의 시내 전화망을 사용(접속)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96년의 통신법 조항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절충안을 마련했다. 장거리 전화업체들의 연쇄도산을 우려해 개혁을 속도를 늦춰준 것이다.

 FCC는 또 지역전화 사업자들의 초고속 인터넷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디지털가입자회선(DSL) 등 초고속 통신망의 개방은 더 이상 요구하지 않기로 양보했다. 이 과정에서 통신개혁 방향이 크게 달라졌고 이는 다시 복잡한 정부 규제를 선택하는 악순환을 낳았다. 이해 당사자들인 통신 관련 업체들이 반발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른 부작용이 "상상을 초월한다"며 우려하고 있다. FCC는 시내 전화망의 개방여부를 주 정부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는데 시내전화 업체들이 벌써부터 "(만약 주 정부가)원가 이하로 통신망의 개방을 요구할 경우 소송을 해서라도 통신법의 시행을 막겠다"고 벼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비즈니스위크는 이처럼 불확실성만 키운 통신정책을 시행하면 득을 볼 사람은 `(통신관련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몇몇 변호사 외에 별로 없을 것"이라고 혹평했다. 인터넷 투자확대(통신산업협회^TIA)와 시내전화 요금 인하를 기대하는 소비자들의 호의적인 반응을 포함시킨다고 해도 미국의 통신개혁은 낙제점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그러나 미국 FCC의 실패한 통신정책도 최근 노무현 정부에 각료 또는 실무 책임자로 발탁되어 정보기술(IT) 관련 분야 개혁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벤치마크 대상이 될 수 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