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전에서는 정부가 텔레매틱스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주는 간담회가 열렸다. 정태인 청와대 동북아팀장 내정자는 지난 14일 ‘동북아 중심 국가건설과 대덕밸리 발전을 위한 간담회’에서 광역 클러스터 조성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발언은 신정부가 추진하는 송도 클러스터 계획은 기존 대덕밸리와 차별화돼 텔레매틱스 기술집적단지로 특화하는 쪽으로 수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대덕밸리와의 차별화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하겠지만 텔레매틱스의 성장성을 인정한 셈이다.
이같은 텔레매틱스 기술집적단지 계획은 실현여부를 떠나 지난해부터 민관협력을 통해 텔레매틱스에 공을 들여온 정부의 관심을 가장 잘 드러내는 대목이다. 산업자원부·정보통신부·건설교통부 등 정부부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민간기업 및 단체 등과 공동으로 텔레매틱스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을 내놓고 시장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완성차·통신·SI분야 업체들과 정부·학계·연구계 등을 망라하는 산·학·연·관 협의체의 모양새를 갖춰 민관 공동으로 텔레매틱스 산업 활성화에 나선다는 목표로 지난해 10월 1일 자동차부품연구원과 공동으로 자동차텔레매틱스포럼을 창립했다.
자동차텔레매틱스포럼은 국제 표준화에 적극 나서 해외에서 산업경쟁력을 높이고 관련기술 기반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포럼의 구성은 자동차부품연구원의 이수영 본부장이 회장을 맡고 있으며, 포스데이타·현대자동차·KT·삼성SDS·한양대학교·현대모비스·쌍용자동차 등의 7명이 부회장단을 맡고 있다. 현재 회원사로는 현대자동차 등을 포함해 40개 업체가 참여해 국내 전문가의 인적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다.
이 포럼은 올해 △포럼 표준화 로드맵작성 △국내외 텔레매틱스 기술동향 파악 및 정보공유 △기술 로드맵 작성 및 제안을 통한 산업지원정책 건의 △포럼 내부 세미나 개최사업 등을 펼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텔레매틱스 산업의 기술기반 구축, 국제표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 산업계 중심의 국내외 표준화 활동 활성화를 운영사업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자동차텔레매틱스포럼은 산자부가 한국표준협회와 공동으로 만든 표준화 협의체인 전자산업표준정책위원회 소속 9개 포럼 가운데 하나로 활동하며 산·학·연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정보통신부도 지난 10월 한국커머스넷과 삼성전자·한국IBM·KTF 등 민간업체와 모임을 갖고 텔레매틱스 포럼 발족에 참여했다. 이 포럼은 현재 8개의 운영위원사(LG텔레콤·삼성전자·쌍용정보통신·KTF·한국IBM·현대자동차·아서디리틀(ADL)·SK텔레콤)와 2개의 일반 위원사(에스비텔콤·네오텔레콤) 그리고 6개의 자문기관(정보통신부·서울대학교·경북대학교·ETRI·KAIST·ITS코리아) 등이 활동중이다.
포럼은 운영 위원사를 중심으로 매달 표준화, 정책결정, 시장현황 파악 등 여러가지 현황을 가지고 정기회의를 실시하고, 포럼에서 협의된 내용이 실제 정책결정과 시장형성에 반영될 수 있도록 업체 및 정부부처와 활발하게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
텔레매틱스포럼은 최근 2003년도 활동계획을 발표하고 국내 텔레매틱스 시장환경과 경제적·사회적 기대효과 분석, 대정부 요구사항 수렴, 홍보 등을 올해 주요 연구과제로 선정했다. 포럼은 우선 올 상반기 동안 회원사들을 위한 텔레매틱스 산업 실태조사를 통해 정부정책 제안과 요구사항 등을 도출하고 시장현황 파악에 중심을 둘 예정이다.
올해 세부사업으로는 △운전자 안전 및 사생활 보호를 위한 시스템 및 애플리케이션 협력 공조 △대정부 응급 및 교통정책방향 제시 및 건의 △업체의 전략적 제휴와 협력방안 제시 △ 텔레매틱스 서비스의 국내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반행사 및 표준제정 △텔레매틱스 표준화 로드맵(종합전략) 수립 및 정책건의 △국내외 텔레매틱스 표준화 작업의 단일창구로서 일관성과 연계성 확보 등을 세웠다.
텔레매틱스포럼은 하반기에는 유럽 미국 텔레매틱스 관련 업체 연수를 통해 선진 텔레매틱스 기술과 서비스를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영국의 텔레매틱스 업데이트닷컴과 본격적인 업무 제휴를 통해 다양한 활동에 참여, 정보를 공유할 예정이다.
이처럼 정부의 지원하에 산·학·연 합동으로 텔레매틱스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자동차텔레매틱스포럼과 텔레매틱스포럼의 역할이 점차 중요해지는 셈이다. 이러한 의미 때문에 양 포럼에 거는 기대도 크다. 그러나 양 부처가 지원하는 두 개의 포럼이 각각 차별성을 두고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양 포럼이 협력체제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있다. 똑같은 사안의 사업을 두고 제각각 일을 벌이는 것은 중복투자의 문제뿐만 아니라 텔레매틱스 성장정책의 효율성에도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