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전화단말기업계의 서바이벌 게임이 시작됐다.
올해 중국을 중심으로 전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가격하락과 공급과잉으로 ODM·OEM에 의존하는 국내 중견·중소업체들의 경영난이 크게 가중되면서 업계의 구조조정이 가시화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올해 전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메이저업체간 경쟁에 따른 공급과잉으로 5∼10%의 가격하락이 불가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국내 업체들의 수출의존도가 높은 중국 시장에서 30% 이상 가격하락이 예상돼 중견·중소업체들은 생존마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최근들어 A사 매각설, B사 부도설 등 인수합병(M&A)이나 부도에 관련된 루머가 줄을 잇고 C사·D사 등 몇몇 업체들은 가격하락에 대응하지 못해 부품을 내놓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가운데 90% 이상을 중국 시장에서 벌어들인 E사·F사는 연초 중국 공급물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매출이 작년 같은기간에 비해 절반 가까이 떨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연말까지 메이저업체를 포함한 3, 4개 업체만 살아남고 모조리 문을 닫을 것이라는 극단적인 전망마저 내놓는다. 이성규 팬택 사장은 “중국에서는 이미 국내 업체 중 삼성·LG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의 생존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고 있다”며 “국내 업체들의 생존경쟁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특히 메이저업체들은 이번 기회에 업계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메이드 인 코리아’ 휴대폰의 가격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판단, 파상 공세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중국 및 인도 등의 현지생산 규모를 늘리고 브랜드를 크게 강화하는 한편 LG전자는 국내 중견·중소업체들부터 원성을 살 정도로 중국 시장의 가격하락에 공격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김종은 LG전자 사장은 “중국 업체들의 급성장으로 OEM에 의존하는 국내 업체들의 수익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며 “가격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한 업체들은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출 50% 이상의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팬택계열의 노순석 상무는 “최근 중국 시장의 가격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삼성을 비롯, 빅 5와 정면 승부할 것”이라며 “제품을 조기에 출시하고 해외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가격하락으로 중국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 휴대폰업체인 인터큐브 관계자는 “메이저업체들마저 가격경쟁에 합류해 중소업체들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며 “중소업체들은 생존마저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