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CEO의 자질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 hyunkim@sechanglaw.com

 

 주위의 유명 CEO들을 만나 같이 일하고 대화하면서 이래서 성공했구나 하고 느낄 때가 많다. 특히 빈손으로 시작해 기업을 일으킨 자수성가형 사업가 중에 위대한 CEO의 자질을 갖춘 사람들이 많다.

 케네디 대통령이 이끈 젊은 미국, 처칠이 영도한 강인한 영국이 보여주는 것과 같이 직원 1만명의 역량보다 위대한 CEO 한 사람의 역량과 리더십이 기업의 성패를 결정한다고 믿는다.

 위대한 CEO의 자질을 꼽아본다면 첫째는 비전이다. 최근 만난 한 컨설턴트는 일을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뿐 아니라 자칫 엉뚱한 방향으로 내달릴 가능성이 있어서 위험하고 ‘제대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파했다. 옳은 말이다. CEO는 기업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나갈지, 그리고 도대체 우리 기업은 왜 존재해야 하는지에 관한 확고한 비전과 꿈을 종업원과 고객들에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비전을 제대로 설정하려면 일상업무에만 매몰돼서는 안되고 생각을 많이 하며 독서, 외부 인사들과의 접촉을 통해 새로운 자극을 끊임없이 받아야 한다.

 둘째는 역사의식이다. 자서전을 쓰는 마음으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한다. 내가 잭 웰치나 루 거스너 같은 대기업인이 되어 훗날 자서전을 쓴다고 해도 그때 그런 의사결정을 한 것이 역사 속에서 부끄럽지 않도록 공명정대하게 처신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기업가 중에도 자서전을 쓰는 분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셋째는 호랑이의 대담성과 불 같은 추진력이다. 일단 사업목표가 설정되면 어떤 어려움과 내부의 반대가 있어도 흔들리지 않고 과감하고 신속하게 밀어붙여 기어이 목표를 달성한다. 일을 함에 있어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것은 항상 어렵기 마련이다. 다만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거나 목표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판단되면 즉시 과오를 인정하고 목표를 수정하는 유연성을 가진다. 일을 추진함에 있어서는 능히 굽히고 편다. 상황에 따라서 고집을 부리지 아니하고 찰흙 같은 융통성을 가진다.

 넷째는 솔선하는 정직성이다. 어려운 일과 힘든 일은 CEO가 먼저 솔선하며 회사의 현재 상태와 어려움을 솔직하고 투명하게 직원들에게 공개해 협조를 구한다. 고객과 임직원, 협력업체에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나의 이익보다 회사의 이익을 우선하며, CEO가 정직해야 임직원이 정직하게 된다.

 다섯째로는 공정성과 선구안이다. 정실인사와 연고인사를 하지 않으며 오로지 능력과 기여도에 따라 대우한다. 직원에게 편견을 갖지 않으며 인사청탁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들어주지 않는다. 직원들이 나이가 같거나 입사동기라 해서 같이 대우하는 것은 불공평하며 우수한 직원을 내쫓는 길이다. 무능한 직원의 봉급을 삭감해 능력있는 직원에게 더 주는 실적주의를 용기있게 실시한다. 유능한 인재를 알아보는 날카로운 선구안을 가져야 한다.

 여섯째는 인간적 매력이다. 난관에 빠졌을 때 언제든 각 분야 전문가들과 상의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폭넓은 인간관계를 유지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벌레가 돼서는 곤란하며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매력을 가져야 한다. 폭넓은 취미생활은 현안을 한 발짝 뒤에서 바라볼 수 있는 정신적 여유와 함께 인간적 매력을 가져다 준다.

 일곱째로는 강철 같은 체력이다. 어떤 시련도 극복할 수 있는 강인한 의지와 체력이 없으면 격심한 스트레스와 변화 속에서 견뎌야 하는 CEO 생활을 감당할 수 없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절제로 건강을 유지해야 사업욕도 생기게 마련이다. 아울러 평화스런 가정으로부터 얻는 정신적 만족감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여덟째는 정치적 중립성이다. 정치와는 확실하게 거리를 둔다. 실력과 노력으로 승부할 뿐 구차하게 정치권 주위에 끈을 대 특혜를 얻으려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다. 정치와의 유착으로 현대그룹이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가.

 마지막으로는 사회기여 마인드다. 치열한 기업활동으로 얻은 이윤을 모두 회사와 주주에게만 돌리는 CEO는 위대한 CEO라 할 수 없다. 기회가 되는 대로 우리 사회의 소외된 사람들을 떠올리고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CEO야말로 건전한 자본주의사회를 떠받드는 주춧돌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