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저작권 신탁관리단체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KOMCA·회장 유영건)의 계약 약관이 작사·작곡가에 불합리한 측면이 많아 시정돼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문제된 조항은 저작권신탁계약 약관 제2조(저작권의 신탁)와 제11조(소권), 그리고 제18조(신탁계약의 해지) 등이다.
제2조는 위탁자는 현재 소유하고 있는 저작권 및 장차 취득하게 되는 저작권을 본 계약기간 중 신탁재산으로 수탁자에게 저작권을 이전하게 돼 있으며 제11조(소권)에도 위탁자는 신탁 저작권에 대하여 민·형사상의 소송을 제기할 수 없으며, 수탁자가 제기한 소송에 관해 합의 또는 취하를 할 수 없다. 약관대로라면 소권을 비롯, 음악저작권 관련 모든 권리가 협회에 귀속되기 때문에 협회 회원 작가는 ‘무권리자’로 전락하게 돼, ‘불공정 계약’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범법자’로 내몰리는 작가들=약관대로라면 협회 회원으로 가입하는 순간 모든 권리는 협회로 돌아간다. 당연히 음반사나 음악출판사에 곡을 파는 것은 불법이다. 하지만 작사·작곡가와 음반사간 계약은 오랜 관행으로 작사·작곡가는 곡비(정액제)를 받고 곡을 파는 것이다. 10만원부터 1000만원까지 액수도 천차만별이지만 곡비가 작가들의 생계수단이자, 창작활동에 매진하는 종자돈이 됐음은 물론이다.
문제는 작가들이 음반사와 맺는 계약 자체가 불법임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협회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는 데다, 작가 역시 신탁계약약관 내용을 명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협회 약관에 따라 작가와 음반사, 출판사는 부지불식중에 범법자가 되는 셈”이라며 “모든 권리를 협회가 갖기보다는 분리신탁을 통해 권리를 다원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소권도 없어=일단 협회 회원이 되면 소권을 가질 수 없다. 협회에 불만사항이 있더라도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얘기다. 협회는 저작권 관련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일각에서 신탁계약약관을 ‘불공정 계약’이라며 보다 탄력적으로 선택의 폭이 넓어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가입은 쉬워도 나가기는 어려워=제18조(신탁계약의 해지)에 따라 위탁자는 신탁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나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 공통된 지적이다. 지금까지 이승호·윤일상·예지 등 작가 6명을 비롯, 최근에는 서태지도 ‘신탁행위금지가처분’을 신청했다. 작가 6명의 경우 작년 12월에 가처분이 받아들여졌으나 협회가 다시 본안소송을 제기, 오는 21일 최종 결정이 내려질 예정이다. 2001년 11월부터 무려 1년6개월에 이르는 대장정인 셈이다. 이에대해 한 관계자는 “회원 탈퇴를 까다롭게 한 것은 도미노현상으로 번질 것을 우려한 조치”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같은 문제는 64년 협회가 설립될 당시 일본음악저작권협회(JASRAC) 약관을 그대로 수용한데 따른 것이다. 다만 일본에서는 JASRAC이 운용의 묘미를 발휘하는가 하면, 음악출판사와 상호 협력함으로써 상생의 모델을 만들고 있는데 비해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규정에 얽매여 갈등을 낳고 있어 하루빨리 규정을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