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온라인 우표제’와 프리챌의 커뮤니티 유료화가 벤처업계의 주요뉴스 1위로 선정될 만큼 인터넷 콘텐츠의 유료화에 대한 뜨거운 논쟁이 본격화한 해였다.
초기 온라인 광고와 전자상거래 서비스에 이어 새로운 수익원으로 부각된 콘텐츠의 유료화는 인터넷 서비스 업체의 생존과 직결될 만큼 중요한 이슈가 되면서 기업간 유료화 성공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콘텐츠 및 커뮤니티의 유료화는 네티즌의 저항 때문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에서 2002년 3월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인터넷 사용자의 46%가 사진, 게임 등의 콘텐츠 유료화에 반대하고 있으며 76%는 정보 유료화에 부정적 의사를 밝히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5월 다음이 온라인 우표제를 실시하면서 한메일 네트워크의 트래픽이 60% 감소했고 프리챌이 커뮤니티 유료화를 실시한 이후 2002년 11월 말 현재 유료화 이전 113만개에 이르던 커뮤니티가 21만개로 줄어들었다.
네티즌들의 콘텐츠 유료화에 대한 저항이 크므로 인터넷 사업자가 콘텐츠나 커뮤니티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독특한 노력과 전략이 요구된다.
첫째, 콘텐츠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존 서비스를 실험의 연장선상에 놓고 새로운 수익모델로만 인식하는 접근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많은 인터넷 업체들이 인터넷 초기에 무료로 제공되었던 e메일이나 커뮤니티 서비스를 프리미엄 서비스란 이름으로 유료화를 시도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인터넷에 접속만 하면 이러한 서비스들을 당연히 무료로 이용하는 기본 서비스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경쟁사들이 유사한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서비스의 유료화는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유료화의 핵심은 콘텐츠에 대한 단순한 과금이 아니라 유료화를 활용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데에 있다.
둘째, 콘텐츠의 다양한 버저닝(versioning)을 시도해야 한다. 콘텐츠는 경험재 (experience goods)에 속하므로 사용해 보기 전에는 상품의 효용성을 판단하기 어렵고 동일한 콘텐츠의 가치가 사용자에 따라 달라지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버저닝을 통해 사용고객의 폭을 늘리는 것이 중요한 전략이 되어야 한다. 인쇄매체에서 필요로 하는 다양한 디지털 사진을 제공하는 포토디스크라는 콘텐츠 사이트는 모든 사진을 고해상도와 저해상도 제품으로 버저닝을 하고 있다. 포토디스크는 초기 사진은 고해상도로 제작하지만 버저닝을 위해 비용을 추가로 들여 해상도를 낮춤으로써 저해상도 사진을 제작한다. 즉 버저닝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고해상도 사진보다 높은 원가를 들여 저해상도 사진을 제작하고 있다는 것은 인터넷 콘텐츠 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셋째, 커뮤니티 유료화는 오프라인의 테마파크나 놀이공원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 에버랜드나 롯데월드 같은 놀이공원의 입장료는 상당히 저렴하게 책정해서 누구나 놀이공간 안에 들어오는데 부담이 없도록 한다. 그러나 그 공간 안에 배치한 놀이기구 서비스는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으로 서비스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인터넷 사업자가 지향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도 이러한 방향, 즉 커뮤니티에 접근하는 자체에 경제적인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한 후에 커뮤니티 내에서 제공하는 정보나 콘텐츠, 기타 서비스를 유료화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료화 성공을 위해서는 인터넷 콘텐츠나 커뮤니티 업체의 지속적인 노력과 투자가 선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와 함께 콘텐츠의 유료화를 긍정적으로 수용하려는 네티즌의 성숙한 자세도 병행되어야 국내에서 콘텐츠 시장은 자리를 잡을 수 있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인터넷 인프라 구축으로 인터넷 강국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네티즌들이 콘텐츠나 커뮤니티의 유료화에 대해 융통적인 자세를 보이고 가치가 있는 콘텐츠나 서비스에 대해서는 대가를 지불할 수 있다는 마인드가 확대될 때 진정한 인터넷 강국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이호근 교수 연세대 경영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