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초읽기에 돌입함에 따라 국내외 정보기술(IT)업체들이 그동안 마련해온 비상계획을 본격적으로 가동하는 등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18일 오전 10시(미국시각 17일 오후 8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48시간 내에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이라크를 떠나지 않으면 군사공격을 단행하겠다”는 최후통첩을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에게 전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이라크 공격시기는 20일 오전 10시(미국시각 19일 오후 8시) 직후나 미국 주식시장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말장이 끝난 뒤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쟁이 피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려가자 국내외 IT업체들은 전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들어갔다.
이라크 전쟁 발발시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되는 가전업계는 부시 대통령의 최후통첩 이후 이미 준비해놓은 비상경영 프로젝트의 가동에 들어가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본사 및 중동지역 관할인 중아총괄 비상대책반을 가동,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한편 본사의 종합 모니터링 체제를 통해 상황변화를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있다. 전쟁을 단기전과 장기전으로 구분, 두가지 시나리오를 마련해 놓은 LG전자도 전쟁이 가시권에 들어옴에 따라 일단 단기전에 대비키로 하고 관련 직원들의 동원체제 점검에 들어갔다.
KTF 등 이동통신사업자들은 이라크전의 영향으로 불황이 장기화되고 이로 인해 신용불량자가 급증할 것에 대비해 대책마련에 나섰다. 이들은 특히 전쟁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신규가입자 유치 등 가입자 확보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마케팅 대책도 마련중이다.
야후·다음커뮤니케이션·NHN 등 포털업체들의 경우 전쟁을 호재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이들은 전쟁관련 뉴스콘텐츠 확보와 이를 통한 서비스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전쟁 움직임으로 중동권의 내구재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데 전쟁 발발시에는 유가와 원자재 가격상승으로 물동량이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중동지역에 대한 전반적 마케팅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IBM·선마이크로시스템스·오라클·노키아 등 세계적 IT업체들도 이라크전 발발로 발생할 수 있는 매출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경영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이들은 올해 3조달러로 예상하고 있는 세계 IT시장에 이라크전이 기업의 주문과 제품출시를 늦추게 하는 한편 9·11 테러 때 처럼 비행기와 선박의 운항지연을 발생시켜 하이테크 제품의 운송과 통관을 지연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긴급 운송체계 마련에 나서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