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차전지산업이 도약기를 맞고 있다. 2차전지만큼은 일본의 아성을 넘을 수 없을 것이라던 세간의 전망을 불식시키며 고성장의 반열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미 국내 2차전지산업의 양대 축인 LG화학과 삼성SDI는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며 공격적인 설비투자와 마케팅으로 종주국 일본을 위협하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도 선전을 거듭, 종주국 일본의 틈새를 열기 시작했다. 전환기를 맞은 한국 2차전지산업을 세 차례에 걸쳐 긴급 진단한다.편집자
모바일기기 시장의 성장과 정비례하며 고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세계 2차전지업계의 올해 최대 화두는 한·중·일 3국이 펼치는 패권다툼이다.
종주국 일본의 수성노력, 세계적인 모바일기기 업체로 성장하고 있는 삼성전자·LG전자 등 강력한 캡티브 마켓을 확보한 삼성SDI와 LG화학의 추격, 그리고 저가로 중무장한 중국의 BYD가 펼치는 시장경쟁은 마치 삼국지의 위·촉·오가 천하를 놓고 자웅을 겨룬 형국과 흡사하다.
한국의 맹추격으로 위기의식을 느낀 일본 업체들이 반격을 가하면서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는 등 한-일간의 2차전지 전쟁이 올해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일본은 현재 세계 1, 2위의 2차전지업체인 산요와 소니가 막대한 생산규모를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지만 대다수 후발기업들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GS멜코텍은 지난해 산요에 합병됐으며 다른 기업들도 실적이 정체 또는 악화되고 있다.
반면 한국의 2차전지업체인 삼성SDI와 LG화학은 올해 생산능력을 대폭 증설하며 이들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삼성SDI는 연내 1800만셀의 생산능력을 확보, 세계 시장점유율 12.4%로 빅3에 진입하겠다는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으며 LG화학도 급증하고 있는 외국 업체들의 공급요청에 힘입어 연말까지 생산능력을 900만셀로 확장할 계획이다.
뒤늦게 전지사업에 뛰어든 SKC도 생산능력을 올해말까지 100만셀 이상으로 확장하는 작업을 추진중이다. 이 회사는 특히 모토로라로부터 제품승인을 획득하고 공급계약을 추진중이며 다수 해외 유명업체들과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의 부상도 만만치 않다. 중국은 비록 기술력과 품질력에서는 한 수 아래라는 평이다. 그러나 방대한 응용시장을 바탕으로 한 시장성과 저가를 무기로 내세운 제품을 통해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중국을 대표하는 2차전지 메이커 BYD는 이미 월 1500만셀 안팎의 생산능력을 확보하며 세계 3위권으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2차전지는 차세대 모바일기기의 핵심 부품으로 시장성과 성장성이 담보된 하이테크 품목인 만큼 한국·일본·중국 3국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반도체·디스플레이에 이은 또 하나의 세계제패 신화창조를 노리는 국내 업체들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지환기자 daeba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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