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방영일이 지난해 12월 11일로 잡히면서 제작진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는 홍보 문제였다. 애니메이션에 대한 시청자들의 새로운 니즈를 창출해 내지 못하면 출판 원작의 성공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고 특히 모방송사에서 외국에서 만들어진 ‘그리스로마신화’를 방송하고 있었기 때문에 제작진에게는 보다 차별화된 홍보전략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방송프로그램 홍보에 있어 가장 큰 관건은 화젯거리를 만드는 것. 여기엔 인기그룹 god가 큰 도움을 주었다. 개인적으로는 필자 또한 god 팬이기도 했지만 ‘육아일기’를 비롯한 많은 프로그램을 통해 가장 어린이들에게 친숙한 만큼, 그들이 도와준다면 시청자들에게 반향을 일으킬 수 있으리라 믿었다.
고맙게도 god는 헌신적으로 협조해 주었다.
5집 준비로 눈코 뜰새없이 바쁜 중에도 기꺼이 인터뷰와 노래연습 현장 촬영에 응해 주었다.
많은 연예 오락 프로그램에서 앞다투어 ‘그리스로마신화’를 소개해 주었고, 예고편도 ‘god와 함께 하는 신화여행’이란 컨셉트로 제작되었다.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의 관심이 몰리면서 ‘그리스로마신화’는 애니메이션 사상 최초로 여의도 SBS 사옥에 내걸린 대형 현수막이 부끄럽지 않게 성공적인 런칭이 가능했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제작진들은 보다 체계적인 홍보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부심했다. 특집 방송을 통해 콘텐츠의 노출을 강화하고, 신문·잡지 등 지면매체를 위해 10여쪽이 넘는 올 컬러 홍보자료를 만들었다. 온라인상의 홍보를 위해 SBS와 투자사인 가나의 홈페이지를 통해 대대적인 이벤트를 진행했다. 인터넷 시청자들의 호응도 높아, 방송 개시 2달만에 유료 VOD 이용횟수도 10만이 넘는 개가를 이루었다.
성공적인 사업전개를 위해서 그동안 제작 사업발표회와 신문·잡지 광고를 통한 지속적인 마케팅 프로모션, 스타일 가이드북 발간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다. 특히 상품화의 용이성을 위해 일러스트, SD 캐릭터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가능하도록 애니메이션 제작에 신경을 써 왔던 점은 평가받을 만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국내 애니메이션 사상 최초로 라이선스 업계를 직접 지원하기 위해 지난 달 20일부터 이마트 전국 50여개 매장에서 ‘올림포스 가디언’ 관련 상품을 모아 대대적인 신학기 프로모션 이벤트를 진행했다. 캐릭터 사업과 해외수출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2003년 안으로 충분히 손익분기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사업 성과를 바탕으로 제작진은 지금 극장판 ‘그리스로마신화’라는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돌이켜 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는 과오와 시행착오도 많았다. 그러나 우리 제작진들은 주어진 상황 속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왔다고 자부한다. 열심히 노력했기에 피그말리온이 그러했던 것처럼 우린 우리가 그린 그림이 생명을 얻어 그야말로 살아 숨쉬는 신화가 되길 간절히 기도한다. 그리하여 온갖 숙제와 과외수업에 찌들어 ‘물고기처럼 자유롭고 싶어요’라고 피맺힌 절규를 하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이 되어 주고, 이 시대 그들을 표상하는 아이콘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김재영 SBS PD pico@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