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엔터테인]에버랜드 첨단 게임체험관은 디지털 꾸러기의 천국

 주말 오후 용인 에버랜드 첨단 게임체험관(G2ZONE).

 아이들 손에 이끌린 가족들이 하나 둘 몰려든다. 왁자지껄한 아이들 고함소리, 게임기가 토해내는 기계음. 250평 남짓한 공간은 온갖 소음으로 가득찬다.

 한번은 우주선 게임기로, 한번은 자동차 게임기로. 아이들이 꼭 양떼처럼 우왕좌왕한다.

 게임기에서 내린 아이가 신통찮다는 표정을 지으면 아이들은 금세 다른 게임기로 옮겨간다. 빨간 우주선 게임기를 먼저 타려는 아이들이 옥신각신 싸우기도 한다.

 “엄마, 한번만 더.” “이제 그만.”

 아이들과 어른들의 실랑이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전쟁터가 따로 없습니다. 게임속 전투보다 더 정신없는 전쟁이 한바탕 벌어지는 거죠.”

 에버랜드 지투존(G2ZONE) 운영팀 조영준 주임은 어깨를 주삣 세웠다.

 지난달 첨단 아케이드 게임 체험관 ‘지투존’이 들어서면서 용인 에버랜드는 주말이면 ‘게임랜드’로 탈바꿈 한다.

 주말 오후부터 시작된 열기는 휴일인 다음날까지 이어진다. 체험관은 거대한 스폰지처럼 사람들을 머금었다 뿜었다를 반복한다.

 ‘지투존’은 침체기에 빠진 국산 아케이드 게임산업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한국게임산업개발원과 에버랜드가 공동으로 마련한 테마파크속 아케이드 게임 체험관이다. ‘전자오락실’이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활로가 막힌 아케이드 게임업체들에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주자는 취지에서 기획된 프로젝트다.

 처음에는 개발원도 에버랜드도 성공 가능성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이미 PC방에 뺏긴 게임 유저가 다시 아케이드 게임장으로 몰려들 수 있을 것인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대성공. 지난달 15일 문을 연 지투존에는 한달새 2만1000여명에 달하는 이용객이 찾았다. 테마파크 이용객이 주로 주말이나 휴일에 몰리는 것을 감안하면 하루에 2000∼3000명이 찾은 셈이다. 구경꾼까지 합치면 그 수는 배이상 늘어난다.

 “주말이나 휴일이면 가족들이 가장 많이 찾습니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 하거든요. 평일에는 학생들이 단체로 견학오기도 하고 연인들도 가끔 눈에 띕니다. 원래 테마파크가 계절이나 요일 등 시간적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라 지투존도 예외는 아닙니다.”

 지투존 운영팀 조 주임은 체험관이 예상외로 반향을 일으켜 다음주부터 운영시간을 2시간 더 연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폐장시간을 저녁 8시에서 밤 10시로 재조정키로 한 것.

 이처럼 짧은 시간에 지투존이 호응을 얻은 것은 시중에서는 만날 수 없는 희귀한 아케이드 게임기가 총집합해 있기 때문.

 굉음을 내고 달리는 자동차 경주 시뮬레이션 게임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생김새가 꼭 우주선 같은 우주 비행시뮬레이션 게임기를 타면 마치 롤러코스터에서 맛볼 수 있는 아찔함도 느낄 수 있다.

 조작버튼 대신 온몸으로 조작하는 ‘액션캡처’ 격투게임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탁구채로 즐기는 탁구게임, 배트를 휘두르는 야구게임, 실제 축구공을 차는 축구게임, 사냥총을 겨누는 사격게임 등. 체감형 스포츠 게임도 재미 만점이다.

 “버추얼 화면과 시뮬레이터가 연동돼 움직이는 시뮬레이션 게임이 단연 인기입니다. 우주 비행시뮬레이션 게임을 즐기다 무서워서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들도 간혹 있죠. 어른들도 게임기에서 내릴 때 식은 땀을 훔치곤 합니다.”

 게임 도우미 오주영 씨는 아이들 얼굴에 웃음이 퍼지면 자신도 덩달아 신이 난다고 했다.

 사실 전자오락실로 대변되는 아케이드 게임장은 80년대부터 90년 중반까지 어린이나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일종의 아지트로 통했다. 놀이공간이 마땅치 않던 시절, 청소년들은 일과가 끝나면 오락실로 직행하곤 했다.

 하지만 PC방이 하나의 유행처럼 번지면서 전자오락실은 이른바 ‘일수거사(一水去士·한물간 사람)’ 신세로 내몰렸다. 기술력만 믿고 게임 개발에 열을 올린 게임 개발업체들도 끝모를 나락으로 떨어지는 심정이었다. 

 지투존은 이런 면에서 하나의 희망으로 다가오고 있다. 전시한 게임기가 일반에 호응을 얻자 게임업체들이 자신감을 조금씩 회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전테크시스템은 시험판으로 선보인 체감형 비행 전투게임 ‘XG250’이 좋은 반응을 얻자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다.

 사냥·축구·레이싱 등 체감형 게임기 3종을 한꺼번에 선보인 게임박스 김범 사장도 많은 힘과 용기를 얻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찾아요. 국산 게임기를 자연스럽게 홍보할 수 있는 셈이죠. 이곳을 찾은 이들은 하나같이 한국 아케이드 게임산업이 일본과 비교해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때는 일종의 자부심으로 가슴 뿌듯하기도 합니다.”

 에버랜드 조 주임은 지투존이 해외 바이어들이 자연스럽게 찾는 한국 아케이드 게임 명소로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게임산업개발원 정영수 원장은 “본격적인 봄이 시작되는 다음달부터는 테마파크속 지투존 사업을 확대해 에버랜드와 별도로 지투존 2, 3호점을 속속 개장할 계획”이라며 “지투존 프로젝트가 꺼져가는 아케이드 게임산업에 하나의 불씨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미니박스> 지투존 여행 포인트

 ◇추억의 게임 한판=지투존 2층은 ‘추억의 오락실’로 꾸며져 있다. G2ZONE이 체감형 시뮬레이션 게임 등 첨단 게임기로 구성돼 있는 것과 달리 80년대 풍미했던 ‘골동품’이 한자리에 전시돼 있는 셈.

 갤러그, 너구리, 1945 등 이름만 들어도 아련한 추억이 떠오르는 게임들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두더지잡기, 펀치게임 등 1세대 체감형 게임도 만끽할 수 있다.

 ◇튤립축제도 열려=22일부터는 에버랜드에서 세계 튤립축제도 열린다. 빨강, 노랑, 파랑 형형색색의 튤립이 지천으로 깔린다. 세계 각국의 이색 튤립이 펼치는 꽃의 향연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 게임도 즐기고 자연학습 기회도 가져볼 만하다.

 ◇동영상 쇼도 볼만=지투존 한쪽 벽에는 대형 스크린이 마련돼 있다. 주말이면 이 스크린을 통해 게임화면이나 동영상이 펼쳐진다.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의 각양각색의 표정도 스크린에 비춰질 예정. 개발원에서는 게임 원리와 설명을 곁들인 동영상도 준비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