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장비산업 불황 회복조짐 안보인다

 하반기 이후 세계 반도체산업이 그동안의 불황으로 인한 부진을 털고 호황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반도체경기에 선행하는 반도체장비산업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장비 제조회사인 미국의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는 이번주들어 감원계획을 내놓았다. 감원규모는 전직원의 14%로 약 2000명. 지난 11월에도 전직원의 11%인 1750명을 감원한 바 있는 이 회사는 불과 5개월만에 재차 감원에 나섰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는 반도체 불황이 본격화된 2001년 이후 지금까지 만 2년 동안 네차례에 걸쳐 전체 직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7000명 가량을 감원하는 셈이다.

 그만큼 지난 2년 동안의 불황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심각했고 앞으로도 급격히 개선될 가능성이 희박함을 반증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들은 전세계 반도체장비 시장규모가 지난해 160억달러에 비해 16% 가량 늘어난 185억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장비업체들이 시장에서 느끼는 체감경기는 지난해에 비해 결코 개선된 것이 없다는 게 업계 종사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는 세계 유수의 소자업체들이 전년대비 개선된 설비투자계획을 잇따라 밝히고 있지만 반도체경기 및 자금조달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투자집행에 나서지 않는 데 기인한다. 지난 2년 동안의 경기침체로 소자업체들이 보유하고 있는 유휴자금이 고갈됐고 자금조달의 창구역할을 해오던 주식시장이 이미 제기능을 상실한 것도 투자를 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들어서도 반도체장비업계의 수주대비출하비율(BB율)이 기준치인 1을 하회하는 현상이 반복되자 최근 세계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의 스탠리 마이어스 회장은 “지속되는 불황으로 인해 상당수의 장비 제조업체들이 추가 구조조정을 실시하거나 다른 업체에 통합되는 과정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실제 국내 반도체장비업체의 일부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 경영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도산했는가 하면 주식시장에 기업이 공개된 대부분의 업체들조차도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맞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장비 제조에 평균 6개월 가량이 소요되는 산업적인 특수성으로 인해 장비산업 동향은 2분기 이후의 반도체경기를 예측하는 지표로 활용되고 있지만 지난 2월 이후 별다른 수주실적을 올리지 못한 업체가 대부분이어서 장비업계 불황은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