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expectation)는 버려도 희망(hope)은 버릴 수 없다.”
이라크에 대한 군사공격이 말그대로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대부분의 세계 정보기술(IT) 업체들은 전쟁이 경기회복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전쟁의 기간과 관계없이 시장을 냉각시킬 것이라는 비관론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미국 주도 전쟁에 대한 세계 IT업계의 반응은 냉랭하다. 심지어 미국 업체들조차 전쟁이 향후 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워싱턴포스트는 “세계 IT업계가 전율(shiver)하고 있다”고 묘사하고 있다. 증시가 얼어붙고 시장회복 가능성이 차단당한다는 지적이다.
대부분의 IT기업들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전쟁에 따른 갖가지 경우의 수에 대비하고 있다. 일본의 가전업체 소니는 유럽지역 수출품 운송을 위해 거치던 페르시아만을 우회하는 경로를 개발하고 있고 혼다자동차는 “전쟁이 확대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생각해야 한다”면서 전쟁이 주변국으로 확대될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 이밖에 도요타자동차는 ‘이라크 정세 긴급대책본부’를 설치했다.
전쟁 대비가 비교적 용이한 대규모 기업들은 그나마 ‘비상모드’에 돌입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한치앞도 내다볼 수 없는 불투명성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국 미네소타 소재 IT업체 펨스타의 관계자는 “다른 IT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상책”이라고 밝혔다. 그는 “제조라인은 계속 돌겠지만 전쟁 전부터 많은 종업원을 내보낸 상태”라면서 “회사 주가는 급락했고 회복기미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 회사 앨런 버닝 최고경영자(CEO)는 “미 국방부와 거래선을 갖고 있는 데도 상황이 이 지경”이라면서 “현재의 분위기는 어떤 하이테크 업체들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카고의 통신장비업체 텔랩스의 마이클 버크 CEO는 “하이테크 기업들이 하반기 사업을 거의 포기한 상태”라고 우울함을 감추지 않았다.
실리콘밸리 IT업계 종사자들도 “긍정론에 기댄 통계를 갖고 있지 않다”고 업계 분위기를 설명하면서 “경기침체에 전쟁이 겹치면서 많은 업체들이 파산했고 회사 가치도 절반이하로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