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미국 대통령의 최후통첩으로 이라크사태가 일촉즉발의 위기에 놓이면서 세계 각국들은 벌써부터 전후 복구사업 참가를 위한 물밑작업이 한창이다.
19일 KOTRA 등 국내외 통상 관련 기관의 정보분석에 따르면 연간 200억달러에 달하는 이번 이라크 전후 복구시장의 선발 참여를 위해 미국 등 관련국들은 이미 비밀리에 참여사 선정작업을 마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통신, 전력, IT 등 관련 분야 우리업체들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각국의 움직임=미국 행정부는 이라크전 이후 전후 복구사업을 담당할 전담기구(ORHA)를 국방부내에 설치하고 복구작업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미국국제개발국(USAID)은 최근 9억달러 규모의 1단계 복구프로젝트를 비밀리에 추진하면서 이미 베츠텔, 파슨스 등 5개 자국기업을 선정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미국업체는 향후 국적에 관계없이 협력업체를 모집할 예정임에 따라 우리업체의 참여 가능성이 크다는 게 KOTRA측 분석이다.
이라크전의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는 쿠웨이트는 이미 ‘특수’를 노리고 있다. 현재 미군을 비롯한 15만명의 주둔군이 상주해 있는 쿠웨이트는 벌써부터 컴퓨터, 에어컨 등의 판매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0∼40% 가량 증가하고 있다고 KOTRA는 밝혔다. 쿠웨이트와 같은 인접국인 터키도 올해 바그다드 국제박람회장 부스를 다량 예약해 놓는 등 종전만 되면 곧바로 대이라크 마케팅에 뛰어들 채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프랑스계 건설사인 벵시를 비롯해 이번 이라크전쟁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는 유럽 각국 업체 역시 전후 복구사업만큼은 눈독을 들이며 미국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크리스 패튼 EU 해외협력 담당관은 “전후 복구작업은 국제협의에 따라 UN에 의해 협의·조정돼야 할 것”이라며 미국기업 주도의 전후 복구사업을 경계했다.
◇통신·IT분야 복구 최우선=미국이 국제사회에 천명하고 있는 이라크전의 대의명분은 ‘이라크 국민의 해방과 복지증진’. 따라서 종전 후 최단 시일내 일반 국민의 기대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통신, 전기,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의 확충에 복구작업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미 행정부의 계산이다.
지난 12일 미 의회가 발표한 전후 복구계획 보고서인 ‘이라크, 그날 이후(Iraq, The day after)’에 따르면 전후 복구비용은 향후 10여년에 걸쳐 매년 200억달러 규모로 전망된다. 보고서는 특히 중점 복구분야로 통신망, 전력, 도로 등 사회 인프라 분야를 꼽고 있다.
지난 91년 걸프전 이후 이라크 통신시설 복구를 위해 UN 안전위원회는 프랑스 통신업체인 알카텔 및 사젬과 770만달러의 계약을 체결해 복구작업을 시행해 왔으나 현재까지 25% 정도밖에 복구가 되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UN 안전위측은 전쟁 재발시 통신시설 복구에만 수십억달러가 소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지금까지 이라크에 대한 경제제재 조치로 단순기능 위주의 PC만 이라크로 수출 가능했으나 전후 복구작업이 본격화되면 펜티엄급 이상의 고성능 컴퓨터 등 첨단 IT기기의 수요가 폭증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