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가는 떨어지고, 금과 주식 가격은 올랐다.”
조지 부시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각) “비극을 향해 표류하기보다 안전을 택했다”며 이라크에 최후통첩을 한 후 일어난 변화다.
영국 BBC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에 대해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최후통첩을 한 직후인 18일 열린 런던 국제석유거래소(IPE)에서 거래된 브랜트유 5월물이 전날 마감가인 배럴당 27.30달러에서 2.05달러 하락한 25.25달러에 마감한 반면 뉴욕과 런던, 도쿄 증시에서 거래된 주가는 일제히 반등했다.
최근 주요 외신들은 이라크 전쟁의 여파로 요동치고 있는 금과 주식 등 금융 부문과 함께 현물시장의 석유가격 변화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만큼 안정적인 석유확보가 이번에 미국이 대 이라크 전쟁을 감행하는 또 다른 주요 이유가 되고 있다고 외신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 점에서는 미국 국내 및 해외 전문가들의 평가도 거의 일치한다. 이들 중에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최근 칼럼에서 “사실 석유확보를 제외하면 이번 전쟁의 필요성은 크게 줄어든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하루에 사용하는 1950만 배럴의 석유 중 약 60%인 1150만 배럴을 수입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안정적인 석유확보는 미국 역대 정부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이 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부시 대통령도 이번 기회에 중동의 석유 대국인 이라크에서 후세인 대통령을 축출하고 미국의 말을 잘 듣는 친미 정권을 수립하면 미국이 더 이상 중동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에 대해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최근 소비 위축 등으로 최악의 불황을 겪는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전쟁을 택했다는 주장을 펴는 사람도 있지만 이는 설득력이 약한 편이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은 미국과 영국군의 공격을 72시간 이상 견뎌내기 어려우며 1주일이면 이라크가 ‘해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쿠웨이트 군사전문들은 지적했다.
한편 IMF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만약 이라크전이 터지지 않을 경우 세계 경제가 올해 3% 이상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전쟁 위협으로 소비와 투자가 위축됐기 때문에 실현되는 수치는 2.4% 정도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