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걸프전과 경제불안

◆윤원창 IT담당 부국장 wcyoon@etnews.co.kr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마침내 초읽기에 들어갔다. 국제 여론이나 우호국가들의 분명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에 한국시간으로 20일 오전 10시 이후 사실상 전쟁을 벌이겠다고 선전포고했다.

 세계 질서의 안정을 꾀하기 위해 만든 ‘유엔’의 승인까지 무시한 채 밀어붙이는 부시 대통령의 ‘후세인 때려잡기’는 심각한 연구대상임이 분명하다. 미국이 유엔 외교절차를 배제하고 결정한 일방적 개전은 아직 ‘힘의 논리’가 우선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힘을 앞세우는 것에는 미국의 경제·안보적 이익을 관철시키고자 하는 점이 내재돼 있다. 프랑스·독일·러시아 등에 치우친 이라크의 석유 관련 이권을 차지하려는 욕심이 숨어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번 이라크전쟁은 우리에게 있어 초미의 관심사다. 두 당사국과 동시에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전쟁이 우리의 국익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조만간 주한미군 재배치와 북핵문제를 풀어가야 할 우리로서는 이번 사태가 딴 나라 얘기만일 수 없다. 부시 대통령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똑같은 ‘악의 축’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부시 정권은 노골적으로 ‘이라크 다음은 북한’이라고 운을 떼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은 세계가 전쟁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이번 이라크전은 비록 몇몇 국가가 교전을 벌이는 것이지만 유가를 비롯해 각종 경제적 요인들이 세계를 요동치게 하는 만큼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자유로운 국가는 없다. 그만큼 이라크전이 조기에 종결되지 않는 한 세계경제는 당분간 불안한 모습을 보일 게 뻔하다.

 물론 미국이 이라크에 대한 선전포고를 한 후 세계경제는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일시적일지 모르지만 침체 증시가 급등하고 상승세를 보이던 유가가 폭락하고 있다. 지난 91년 걸프전 때와 거의 비슷해 ‘역사는 반복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사실 이번 이라크전은 91년의 걸프전과 전쟁의 무대(이라크)와 인물(아들 부시와 후세인), 시기(연초)가 거의 비슷하다. 당시 이라크 공격이 시작되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40달러를 지나 60달러까지 폭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으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전쟁이 터지자 우려한 일들이 모두 거꾸로 움직였다. 다시 말해 당시 6개월간 세계경제를 짓눌렀던 불확실성과 불안이 전쟁과 함께 사라진 것이다. 한 달여의 공습 후 다국적군의 전면적인 지상공격이 시작되고 이로부터 나흘 만에 모든 전쟁은 끝났다. 42일간의 단기전으로 끝날 때까지 우려되던 금융시장의 혼란은 없었다.

 이제 제2의 걸프전이 임박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많은 미국 투자자의 불안은 수그러들고 있는 듯하다. 금융시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불확실성’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에 미국이 이번에 폭발과 동시에 강력한 에너지파를 발산해 인근 컴퓨터·통신 전자시스템을 완전마비시키는 극초단파 폭탄(E-Bomb) 등 최첨단 무기를 총동원해 인명살상을 최소화하고 전쟁을 단기간에 끝낼 것이라는 외신도 한몫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전쟁은 낙관만 하기 어렵다. 12년 전 걸프전과 국제적 여건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 미국의 시나리오대로 단기전으로 끝난다 해도 전쟁후유증은 오래 갈 것이다. 이라크전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든 세계경제는 침체국면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북핵문제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게 분명하다. 사태를 주시하면서 사전대비만이 최상이다. 대내외 악재가 겹쳐있어 적절한 대응을 못할 경우 우리 경제는 또다시 침체를 겪게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