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공습 개시 시점만 남겨 놓은 이라크 전쟁이 국내 증시엔 긍적적일까 아니면 부정적일까.일단 단기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국내 증시는 이틀째 오름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장기전으로 치달을 경우 증시 상황을 낙관하기는 힘들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진단이다. 자칫 ‘경제 공황’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주요 업종별로 이라크 전쟁에 따른 영향과 향후 전망을 점검한다. 편집자
◇통신서비스·장비=대표적인 내수주인 통신서비스 업종은 증시내 지수 비중이 높은 반면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외 전쟁이나 유가, 환율 등 문제에서는 자유롭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이번 이라크 전쟁으로 통신주들의 주가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란 게 증권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통신 애널리스트들은 국내 증시를 둘러싼 전쟁 불확실성이 걷히고 하루라도 빨리 펀더멘털에 기초한 주가 흐름을 되찾는 것이 최근 폭락한 통신주 주가를 다소나마 회복하는 지름길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통단말기·네트워크 장비를 포괄하는 통신장비 업종도 이라크 전쟁의 직접적 영향권에서는 상당히 벗어나 있다. 중국지역 수출 비중이 워낙 높은 데다 단기적인 환율 인상은 일부 실적 향상으로 까지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단말기 부문은 전쟁 종료후 중동지역 수출시장까지 내다볼 수 있어 부정적 영향보다는 긍정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디스플레이=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모두 전쟁이 단기로 끝나면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장기전으로 갈 경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D램의 경우 단기전으로 끝나면 전쟁 불확실성이 해소돼 업황과 주가가 안정을 찾겠지만 전쟁이 길어지면 유가 상승 등으로 경제 상황이 불안해지고 소비심리가 위축돼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 업종도 전쟁이 2∼3주 안에 종결되면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품목별로 CRT는 중동 수출 비중이 적은 데다 대부분 현지생산 체제로 생산과 운송 등에서 차질을 빚을 만한 요소는 거의 없다. 다만 LCD쪽은 다소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LCD 수출은 대부분 비행기로 이뤄져 배편보다 위험이 적은 데다 소비심리도 전쟁 우려감이 이미 반영돼 있는 상태로 전쟁으로 인한 추가적 소비심리 위축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따라서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안정적인 상황에서 완만하게 이뤄질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미 장기전에 대비해 업체들이 재고를 쌓아 놓은 상태여서 단기전으로 가더라도 LCD 가격 하락은 피하기 힘들 것이란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가전·부품=백색가전 분야는 단기적으로 중동지역의 항만 폐쇄에 따른 영향으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지역의 비중은 높지 않지만 에어컨, 냉장고 등의 수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세계경제의 소비심리 위축과 유가 상승으로 인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가전부품이나 PC의 경우 중동지역 전쟁과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
하지만 전쟁이 장기전으로 돌입할 경우 유가상승과 원재료 비용 인상요인이 발생, 업체의 실적에 부담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IT 경기회복 지연이 예상돼 미국 경기에 의존율이 큰 가전부품 업체나 PC 업체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셋톱박스·DVR=셋톱박스 업체인 휴맥스는 9·11테러 당시 중동지역의 위성방송 수신이 급증하며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하지만 이번 이라크 전쟁에서는 긍정적인 영향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중동지역 수출이 30%에 달할 정도로 이 지역 비중이 큰 데 반해 이 지역 소비심리가 악화된 상태여서 긍정적인 전망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전쟁으로 인해 보안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며 DVR 관련주에 대한 관심은 높은 상태다. 하지만 전쟁으로 인한 긍정적인 영향은 제한 적일 것이란 전망이다. 주요 수요층이 기업이고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기업의 비용지출을 줄여 오히려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엔터테인먼트=게임, 영화, 음반 등의 분야는 주요 소비층이 경기에 둔감한 청소년들이라는 점에서 큰 영향은 없을 전망이다.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소비심리의 위축에 따른 영향은 피할 수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영화나 음반산업의 경우 소비층 가운데는 젊은 성인층이 다수 포함돼 이들의 소비가 줄면 실적이나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내수에 의존하는 업종의 특성상 전쟁 발발에도 환율·유가 등에 의한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쟁의 장기화 여부에 따라 온라인 광고에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게임·아바타 등의 성장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전쟁 개전에 따른 직접적인 타격이나 수혜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전쟁이 발생하면 인터넷 매체의 속보에 대한 관심 증가로 감성적 수혜를 예측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등록기업들의 주사업이 온라인광고, 전자상거래, 게임 등임을 고려할 때 큰 상관관계는 없어 보인다. 대부분 등록업체들의 실적호전 추세가 이어지고 있고 전쟁에 따른 타격이 없기 때문에 이라크전 발생시 가장 안전한 투자군이 된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소프트웨어솔루션·SI=인터넷과 마찬가지로 전쟁에 따른 직접적 주가 변동 요인은 없다. 수출이 아닌 내수 중심의 사업으로 유가와 환율 변동에 따른 기업 가치의 변화는 거의 없다. 전쟁과 관련해 직접적 영향은 없지만 현재 영업환경이 최악인 점을 고려할 때 전쟁의 장·단기전 여부는 이들의 향후를 예측할 중요 체크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전쟁 발발로 기업들의 투자 위축, IT화 사업이 지연될 경우 영업환경 개선은 더욱 늦어질 수 있다. 업종 특성상 경기 회복에 후행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점도 고려할 요소다. 그나마 안정적 그룹 매출을 확보한 일부 SI업체들이 관심권으로 꼽히고 있다. 또 전쟁 개전후 보안에 대한 관심이 부각될 경우 투자심리 측면에서 보안주들의 일시 강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증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