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가 소위 ‘소비자 피해 보상규정’을 개정하기로 함으로써 이를 둘러싼 관련부처간의 알력이 격화되고 있다고 한다. 재경부는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선 현행 소비자 피해 보상규정을 개정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입장이고 산업자원부·정보통신부·공정거래위원회 등 유관부처는 이미 시행중인 다른 법률이나 지침과 상충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내세워 이를 반대하고 있다. 더욱이 소비자 피해 보상규정을 지켜야 하는 인터넷쇼핑몰 등 전자상거래업체들까지 보상기준의 형평성과 시장침체를 이유로 재경부의 이같은 조치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 최종결과가 주목된다.
물론 그동안 소비자 피해 보상규정을 둘러싼 관련부처간의 마찰이 적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해당업체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참으로 피곤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재경부의 소비자 피해 보상규정에 대한 개정입장은 분명하다. 일반인들의 인터넷 이용이 늘어나면서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가 활발해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보상규정은 미흡하다는 게 재경부의 생각이다. 이에 따라 재경부는 전자상거래업체들이 소비자가 결제한 지 48시간이 경과한 후 제품의 품절사실을 고지했을 때는 1만원 상당의 사이버머니를 보상토록 하고 상품이 계약된 인도시기보다 지연됐을 때도 5000원 상당의 사이버머니를 지급하도록 했다. 또한 구매제품이 배송과정에서 훼손되거나 다른 물품이 인도된 경우나 착오로 제품의 가격을 잘못 표기했을 경우에도 자동 계약해제는 물론 판매가격의 10% 상당을 사이버머니로 보상하도록 했다.
그동안 인터넷쇼핑몰의 이용확대 추세에 비춰보면 전자상거래와 관련된 피해 보상규정을 별도로 마련하는 것은 마땅한 조치로 본다.
하지만 문제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나 소비자 보호지침, 민법 등을 근거로 한 표준약관 등을 통해 상거래에 대한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산자부·정통부·공정거래위원회 등 유관부처들이 반대의견을 보이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특히 이들 부처는 이미 관련법령이나 지침이 있는 상황에서 쇼핑몰 소비자의 피해 보상규정과 상충하는 보상규정을 별도로 마련하면 소비자들에게 혼란만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염려하고 있다.
쇼핑몰업체들도 이들 유관부처 입장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쇼핑몰업체들은 종합몰을 제외한 대다수의 쇼핑몰이 중소업체와 소호몰이고 손익분기점도 맞추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경제적 보상을 위주로 소비자 보호규정을 강화하는 것은 추가비용을 발생케 해 경영난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의견이다.
현재 재경부가 유관부처·협회·시민단체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단계라 피해 보상규정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정리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관련부처가 갈등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재경부에 주문하고 싶은 대목이다.
물론 최근들어 인터넷쇼핑이 중요한 유통수단이 되고 있고 그동안 소비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재경부의 규정개정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인터넷쇼핑몰 이용을 촉진하고 소비자들의 권익보호 차원에서 재경부의 소비자 피해 보상규정 개정은 유관부처와 관련업계의 의견을 반영, 무리없이 추진되길 바란다. 지금은 결코 각자가 의견대립 양상을 보여서는 안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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