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차전지산업이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면서 관련 소재·부품·장비산업 등도 최근 활기를 띠고 있다. 전량 수입돼온 핵심소재의 국산화도 급진전되고 있다.
제스이켐·대백신소재·나노닉스·파인폴·신화인터텍 등 국내 2차전지 소재업체들은 불모지나 다름없던 양극·음극·세퍼레이터 등 2차전지 소재·부품 개발에 잇따라 성공했다. 그러나 산업 인프라에 해당하는 이들 후방산업의 자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갈길이 멀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현재 국내 2차전지용 소재류는 국내 소모량의 90% 이상이 일본 등 선진국에서 수입되고 있다. 전지 기술력이 국내에 비해 한수 아래인 것으로 인식되는 중국업체들까지도 자체 개발한 소재로 한국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전기연구원 문성인 박사는 “일본·중국과 경쟁해야 하는 2차전지 소재·부품부문이 취약하다는 것은 전쟁을 치러야 하는 일본·중국 등 적대국으로부터 필요한 무기를 수입해야 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소재나 부품을 국산화하지 않고 일본의 벽을 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소재·부품이 전지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 이상으로 전지의 성능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경쟁국인 일본이 소재·부품을 무기화할 경우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실제 현재 2차전지 소재·부품 가격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양극활물질인 리튬코발트옥사이드의 경우 대부분을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세계 1·2위 업체인 산요와 소니가 각각 일본화학과 정동화학으로부터 위탁 소성을 통해 안정적으로 양극을 공급받고 있으며, 마쓰시타가 필요한 양극의 전량을 내부에서 조달하는 모습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음극소재를 비롯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해 장치산업으로 분류되는 격리막도 일본을 주축으로 미국 등지에서 수입되고 있으며, 전해액의 경우 우베를 비롯한 후지야마·미쯔비시·미쓰이·스미토모 등 일본업체들이 거의 장악하고 있다.
설비투자 비용과 생산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장비산업도 취약하기는 마찬가지. 대형업체들이 조립공정에 사용되는 장비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지만 아직 극판공정이나 화성공정에 필요한 핵심장비는 대부분 수입되는 실정이다.
이처럼 취약한 인프라는 앞으로 국내 2차전지산업이 ‘글로벌 NO.1’ 아이템으로 가는 데 큰 걸림돌이 될 것이란 점에서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갖고 있어도 핵심 원자재와 생산장비를 대부분 수입해야 한다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 발전시키기 어렵다는 의미다.
업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2차전지산업이 양적으로는 일본을 맹추격하고 있지만, 질적으로는 아직 개선해야 할 점이 부지기수”라며 “생산기술과 생산능력만으로는 세계 최고가 될 수 없다는 말을 상기해 정부와 산·학·연이 지금이라도 합심해 소재·부품·장비 등 인프라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지환기자 daeba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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