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나라 현종은 어려서부터 남달리 총명했습니다. 제위에 오르고 나서는 정변을 꾀하던 태평공주 일당을 진압하고 ‘개원의 치’라는 전성기를 맞이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현종도 양귀비의 치마폭에 빠져 총기가 흐려졌고 이때부터 조정에는 간신들이 득세하기 시작합니다.
안녹산은 이때 관리 중 한 명입니다. 안녹산은 뚱뚱하고 배가 나왔는데 현종이 농담으로 “그대 뱃속에는 무엇이 들었소”라고 묻자 “폐하에 대한 일편단심이 가득 차 있을 따름이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현종은 몹시 기뻐하며 안녹산을 ‘나라를 지킬 대들보’라고 칭찬하며 양귀비의 양아들로 삼게 했습니다. 하지만 안녹산은 몇 년 후 15만 대군을 이끌고 범양에서 반란을 일으킵니다. 장안으로 쳐들어오는 반란군을 피해 현종은 사천으로 피신하는 운명에 처하게 됩니다.
지난해말 출시된 ‘간신론’이란 책 내용의 일부입니다. 중국 역대 간신들의 생존방식에 대한 기록이며 간신을 구별하고 제압하는 방법을 제시한 이 책은 지난해말 대통령 선거와 맞물리며 세간의 화제를 모았습니다.
LG전자 정보통신사업부의 임원들은 요즘 바쁜 시간에도 600쪽이 넘는 간신론을 독파하느라 삼매경에 빠져 있습니다. 김종은 LG전자 정보통신총괄 사장의 엄명이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사업에서도 간신을 가려내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간신배가 속이는 대상은 조직의 최고통치자입니다. 간신은 회사뿐만 아니라 나라도 망칠 수 있습니다. 휴대폰 산업처럼 조변석개하는 사업에 간신이 있다면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누가 내 눈을 가리고 있는지 알아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김종은 사장)
지금 휴대폰업계는 전쟁을 방불케 하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연구개발(R&D)이나 디자인, 마케팅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했다가는 문을 닫는 위기를 맞을 수도 있습니다. 이 와중에 회사 주요 임원들이나 핵심 R&D 인력들은 돈이나 명성에 따라 보따리를 싸는 날에는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 놓고 업체간 법정공방을 벌이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휴대폰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은 어쩌면 매일 간신들과 얼굴을 맞대고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직한 임직원이나 심지어 내부 직원들이 기업 정보를 빼돌려 회사에 치명타를 입히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최고 전성기를 누리는 국내 휴대폰업계 CEO는 이제 사업적인 수완 외도 간신을 축출하고 인재를 등용하는 역량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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