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정보문화를 만들자](3)주부 정보화 실태

 여성은 노인·장애인과 함께 정보사회의 대표적인 사각지대로 꼽혀왔다. 정보격차를 이야기할 때 빼놓지 않고 나오는 게 바로 여성이다. 특히 학교 졸업 후 전업주부로서 가사와 육아에 매달려온 30∼40대 가정주부들의 정보소외 현상은 심각하다.

 하지만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에서 만난 주부들은 달랐다.

 그와 같은 평가는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수사(修辭)’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남편을 출근시키고 한가롭게 아침 드라마를 즐길 만한 이른 시간이었지만 70∼80대 주차할 수 있는 센터 앞 주차장은 이미 ‘만원’이었다.

 여기에 센터가 가동중인 3대의 셔틀버스에서 쏟아져 내리는 주부와 아이들까지 가세, 센터는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주부들의 가방에는 예외없이 두툼한 IT 전문서적이 가득했다.

 그토록 애지중지하는 IT 전문서적은 어떤 것일까 하는 궁금증과 함께 인터넷 활용, e메일 작성법, OA관련 문서 작성법, 컴퓨터 기초 등 기초 교양서적일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모바일 디자인, 디지털 광고, e비즈 프로그래밍, 플래시스크립트 등 제목만 봐도 이들의 수준이 예사롭지 않음을 실감할 수 있다.

 정문 왼쪽에 위치한 어린이 보육시설 ‘늘푸른빌라’에 차례로 아이를 맡긴 엄마들의 발걸음은 맞은편 강의실로 빠르게 내달렸다.

 9시 30분부터 24개 강의실에서 시작된 IT교육은 고3 수험생 못지 않은 IT 만학도 주부들의 극성스러운 의욕과 열기 탓에 강의동 전체를 뜨겁게 달궜다.

 200명이 넘는 주부들은 휴식시간에도 컴퓨터 앞을 좀처럼 떠나지 않았다.

 마치 지금 당장 무슨 일이라도 낸 것 같은 분위기다. 가끔 밖에 나와 삼삼오오 모여 나누는 이야기도 강의의 연속이다.

 강의와 상관없는 이야기를 꺼냈다간 왕따(?)당하기 십상이다.

 이달부터 센터를 찾은 정용란씨(35)와 조선희씨(39)도 남다른 의욕과 열정을 가진 맹렬주부다.

 대학에서 전산학을 전공한 정씨에게 이번 IT교육은 자신의 인생에 있어 중대한 도전이다. 정보처리기사 1급 자격증을 갖고 있다는 정씨는 그동안 전업주부로서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있다는 관념에 시달렸지만 이번 IT교육을 통해 사회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정씨는 이제 시작이지만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찾았다. 또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도 얻었다.

 새롭게 시작한 지 2주도 채 안됐지만 정씨가 이처럼 자신을 갖는 것은 그동안의 경험에서 비롯된다.

 각종 지자체를 비롯한 정보화 교육에 수차례 참여했던 정씨는 그동안 교육내용이 ‘수박겉핧기’식의 시간 때우기 그 자체였다고 평가했다.

 올 12월까지 윈도2000 서버 기반에서 e비즈니스에 필요한 ASP 및 인터넷 보안과 웹 툴을 활용한 ‘e비즈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하는 중급과정에 도전장을 낸 정씨는 현재 DB모델링, MS-SQL 서버, 웹기획 등 2개월간의 선수과정을 익히는 데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다.

 남편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새벽 4시부터 5시까지 과제를 작성하느라 잠이 부족하지만 새로운 꿈을 키우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하루 6시간 교육이 성에 차지 않는다.

 프로그래밍 기반이라는 2개월 단기과정에 입문한 조씨의 의욕도 남달랐다.

 하루 3시간씩 지난 2주 동안 HTML 활용법을 터득했다는 조씨는 벌써부터 같은 동 아파트 주부들의 정보교류와 정보화 마인드 확산을 위해 홈페이지를 만들 계획을 세웠다. 또 아이가 소속된 학급의 홈페이지까지 만들어 기증(?)할 생각이다.

 이제 막 새롭게 시작한 조씨는 무엇을 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는 아직 세우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준비해야 취업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창업도 할 수 있다는 게 조씨의 생각이다.

 이제 IT교육 걸음마를 시작한 조씨지만 이미 꿈은 강의실 맞은편 창업지원실로 달려가고 있다.

 조씨와 정씨를 비롯해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에서 만난 주부들은 자신들이 IT사회의 주류로서 IT기반 사회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계층으로 급부상할 것이라는 강한 신념을 갖고 있었다.

 “여성이 정보사회 소외계층이라는 고정관념을 떨치세요. 그리고 주부들이 IT의식이 없다거나 능력도 의욕도 부족하다고 폄하하는 사람을 보면 저희들이랑 한번 만나게 해주세요”라며 재차 당부하는 이들에게 정보소외 혹은 정보사각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았다.

 정보사회에서 IT 주류 계층으로 주부들의 지위와 위상이 한단계 올라갈 날이 멀지 않았음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인터뷰>금장미 알지비 대표

 웹에이전시 전문업체 알지비(http://www.wrgb.co.kr)의 금장미 사장은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 제1기 교육생 출신이다.

 지난 97년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에 첫 발을 내디딘 금 사장은 10개월 동안 웹 디자인, 알고리듬, 자바 등의 IT 교육과정을 마치고 같은 강의실에서 함께 교육받은 5명의 동료 주부와 의기투합했다.

 금 사장은 98년 교육용 CD롬 제작과 홈페이지 제작을 대행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소호 창업을 단행했다.

 그동안 여러 협회와 관공서, 교육기관, 기업, 박물관 등 각종 프로젝트를 꾸준히 수주하면서 알지비를 작지만 알찬 기업으로 키워내는 데 성공했다.

 금 사장은 “교육을 받던 당시에 너무도 악랄하고 끈질긴 질문 공세에 똑같은 질문이 몇차례씩 반복될 정도로 의욕만은 끝내줬다”고 회상했다.

 설마 창업까지 하겠느냐고 반신반의 하던 프로그래머 남편도 하루 3시간씩 자면서 학업에 열중하는 금 사장의 극성을 말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금 사장은 창업 이후 1년 6개월 동안 센터가 마련한 창업지원센터에 입주했던 게 큰 도움이 됐다고 소개했다.

 기술적 애로사항 외에 기업인으로 갖춰야 할 덕목과 소양에 대한 교양교육, 비즈니스 실무에 필요한 생동감 넘치는 강의는 지금까지 도움이 될 정도다.

 이미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 교육생들에게 꿈이자 희망으로 떠오른 금 사장의 행보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여성이 가진 IT 잠재력과 가능성을 펼치기도 전에 시들어버리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금 사장은 “내년에 ISO 인증을 통해 실력을 검증받아 일본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편 덕택(?)에 5년여 동안 일본에서 생활했다는 그녀는 “일본의 인터넷 수준이 아직은 우리만 못하거든요. 충분히 승산있는 게임이 될 것입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는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소장 윤영숙 http://www.womenpro.or.kr)는 여성의 잠재된 힘과 능력을 개발, 정보사회의 진정한 리더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개인경력개발(Career Development)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성 IT인력 배양의 산실이다.

 지난 97년 설립된 센터는 △정보사회의 핵심기술과 기획능력 향상을 위한 IT 전문교육 △독창적인 사업아이템을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고 창업을 지원하는 여성비즈니스 사업 △여성정보를 종합적으로 생산·관리하는 여성정보네트워크 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센터는 내실있는 IT 전문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삼성SDS·비트컴퓨터·에듀포유 등 총 6개의 민간 교육기관과 파너십을 구축, 지식정보사회의 빠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실무 중심의 IT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교육방식에 있어서도 2개월에서 10개월까지의 다양한 교육기간과 초급·중급·고급 등 수준별 교과목을 편성,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97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센터는 총 1100명의 여성 IT인력을 배출했다.

 이 중 62%인 672명이 취업에 성공, 건실한 IT역군으로 활동중이다.

 이외에 여성 창업 활성화를 위한 센터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교육 수료생들의 창업도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99년 6개를 시작으로 2000년 6개, 2001년 7개, 2002년에는 10개 업체가 센터 교육생들에 의해 설립됐다.

 이는 센터가 자체 운영하는 창업보육실을 통해 유망 여성 기업인을 집중 발굴하고 외부 민간 기관과의 연계를 통한 전문적인 경영컨설팅 및 단계별 비즈니스 교육, 사업전략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한 덕분이다.

 이외에 여성의 사회참여에 유용한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DB화해 여성 정보 인프라 구축과 정보 교류 활성화를 위한 여성전문 웹진 ‘우리(WoORI http://woorizine.or.kr)’도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사업 가운데 하나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