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비즈니스 전략·모델 연구](3)국내 현황·과제

 환경이란 통제하기도 변화시키기도 어렵다. 당장 가능해 보이는 것도 실행하기나 효과를 바로 기대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바람직한 환경조성을 위해서는 기획단계부터 철저히 구상하고, 제대로 실행하며, 사후 모니터링을 통해 성취도 평가와 후속 활동기획 등 지속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기업은 중장기 정보화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해야 한다.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 및 중견기업 중 60%가 e비즈니스 추진계획조차 없었다고 하며, 중소기업의 수준은 아직 요원하다.

 무계획, 무리한 계획, 조급하고 투명하지 않은 실행은 결국 부실을 초래하게 된다. 마르쿠스와 태니스는 전사적자원관리(ERP) 구축의 라이프사이클을 기획, 프로젝트, 안정화, 운영 및 향상의 4단계로 구분해 각 단계의 주요 활동과 성공요소를 제시한 바 있다.

 e비즈니스의 구축도 마찬가지로 IT추세 분석을 기반으로 명확한 목표와 성과지표 수립, 단계별 활동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데이터 정비와 인프라 구축뿐만 아니라 내부역량 강화 및 변화관리 방안 등을 실행해야 한다.

 둘째, e비즈니스 관련 법규의 현실적인 정립과 신속한 실천을 위해 기업과 정부의 긴밀한 협업이 필요하다.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경련과 정부에서는 기업경영 환경개선 과제를 규명하고 부처별로 e비즈니스 확산을 위한 법·제도 정비 과제 등을 규명했다. 도출된 과제가 올해에 더 많이 수행돼 실효가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또한 e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한 현실적인 이슈를 오프라인 및 구축 전문업체로부터 수렴하는 채널을 널리 홍보하고 일관성있게 문제해결 방안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셋째, e비즈니스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체계를 재확립해야 한다. 오는 2005년까지 IT 엔지니어나 컨설턴트보다는 업무관리자가, 기반인력보다는 전문인력이 심각하게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실제 애로점은 인력 부족, 추진방법 지식 미흡, 벤치마킹 정보 부족 등이 꼽힌다. 이는 단순한 교육보다 실무지식과 연구조사 기반의 전문교육이 절실함을 의미한다. 국내외 성공사례의 분석과 전파, e비즈니스 모델의 개발, 추진이슈 규명과 대응방안 개발 등 산학이 함께 하는 현장중심의 연구,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통한 e비즈니스 실무직 전환 및 강화 교육이 활성화돼야 한다.

 끝으로 반도체나 이동통신기술에서 명품이 나오기까지 투자되었던 자금, 노력, 열정이 e비즈니스 솔루션 업계에도 있어야 한다. 지난 몇 년간 전세계 경기하락과 기업의 IT투자가 급감하면서 정부의 e비즈니스 활성화 지원은 힘이 됐다. 그러나 오프라인 업체의 e비즈니스화 지원에 비해 솔루션 개발지원은 크게 부족했다. 또한 많은 공공 및 기업의 프로젝트에는 최저입찰제가 적용됨으로써 적정한 솔루션 가격, 정당한 컨설팅 및 개발비용이 지불되지 않고 결국 국내 솔루션 개발 경쟁력을 약화하는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대형 SI업체는 수익성 보전을 위해 비싼 해외 고급 솔루션을 선호하고 많은 전문인력들도 해외 솔루션 지식습득을 우선하고 있다. 그나마 예산규모가 작은 프로젝트에서는 어느새 국내 솔루션 업체들이 대형 SI업체의 2차, 심지어 4차 계약자가 되어 목소리내기조차 힘든 현실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기대하기 힘들다.

 올해는 특히 전자정부 구현이 강조되고 있다. 대국민 서비스 향상, G2B 확대 등 다양한 정책이 전개되겠지만 정부 내부의 업무 효율을 증대시키고 부처간 정보공유를 높이는 통합정보화 강화가 우선돼야 한다. 이를 위한 프로젝트는 정해놓은 예산대로 지불하고 가장 경쟁력있는 업체를 선정해 충실한 산출물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

 더욱이 전자정부 구현의 결실은 앞으로 아시아 경제공동체의 기술 및 업무 프로세스 표준으로 확산돼 시장 창출까지 연결돼야 할 것이다. e비즈니스 환경에서 한시적인 규제 완화 등 유연성도 중요하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 정부, 학계가 함께 계획하고 제대로 실행하고 평가하는 반복의 과정이 중요하다고 본다. e비즈니스 정보화 노력이 G10 국가가 되는 견인차가 돼야 할 것이다.

 <황재훈 연세대 경법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