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황을 겪고 있는 미국 정보기술(IT) 등 하이테크 분야 고용환경에 질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컴퓨터와 통신장비 등 하드웨어(HW)를 생산하는 제조업 관련 분야가 직원 수를 크게 줄이고 있는 반면 소프트웨어(SW) 개발과 시스템 유지·보수 등 서비스 분야는 최근 불황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일자리가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최근 미국전자산업협회(AEA)가 발표한 ‘미국 하이테크 고용 보고서’(U.S. Employment in the High-Technology Industry)를 통해 처음 밝혀졌다. AEA는 미국의 IT 등 전자산업을 대표하는 이익단체로 최근 노동부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회원사인 1000여개 하이테크 업체들의 직원 수와 임금 등 고용현황을 집중적으로 조사·분석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 하이테크 관련 업체들이 고용하고 있는 직원 수는 지난해말 현재 515만명을 기록해 2년 전(571만명, 2001년 1월)에 비해 56만명(9.8%)이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하이테크 분야 중에서도 컴퓨터와 통신장비 등을 생산하는 제조업 종사자들이 최근 가장 많이 일자리를 잃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2001년 1월 200만명을 기록했던 하이테크 제조업체 종업원 수가 지난해말 160만명으로 종업원 수가 43만5000명(20%)나 줄어들었다.
이에 비해 소프트웨어 개발 및 시스템 유지·보수 등 서비스 분야는 최근 불황에도 불구하고 취업인구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SW 개발 등 IT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은 지난해말 현재 110만명을 기록해 2001년 1월(109만명)에 비해 늘어났다.
이처럼 최근 미국 하이테크 노동시장에 불고 있는 변화는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제조업체들이 속속 공장을 해외로 이전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AEA 윌리엄 아취 회장은 이와 관련, “IT분야에서 국경의 의미는 사라진 지 오래다”며 “특히 제조업 관련 분야는 최근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 등으로 공장을 속속 이전하면서 실업자를 양산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