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옹지마.
교통카드시장에서 타사업자의 진입을 막고 한때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게 하던 특허권이 최근에는 오히려 특허권자들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되고 있다. 사회의 공적 인프라 성격이 짙은 교통카드시장에서 특허권이나 독점사업권을 내세워 시민을 볼모로 잡고 사업자간 이해다툼으로 잦은 물의를 일으킨 대가를 돌려받는 형국이다. 심지어 지하철 후불교통카드 공동특허권자인 국민카드·씨엔씨엔터프라이즈의 경우 최근 특허청에서조차 등록취소 결정을 받으면서 이들 사업자의 입지는 더욱 궁색해지는 상황이다.
독점사업권이나 특허권이 부메랑이 돼 되돌아온 대표적인 사례는 전국 최대 교통카드시장인 서울시 신교통시스템 구축계획을 들 수 있다. 서울시는 최근 2, 3년간 독점사업자와 특허권자의 전횡에 곤욕을 치른 탓에 지난해 이명박 시장 취임 이후 기존 사업자를 배제하기로 일찌감치 가닥을 잡은 상태다. 지난 2001년에는 지하철카드 공동특허권자인 씨엔씨엔터프라이즈가 후불교통카드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독점납품권 등을 요구하며 7개 신용카드사의 서비스를 제한한 바 있다. 또 지난해에는 버스카드사업자인 인텍크산업이 수수료 인상 등을 내세우며 후불신용카드의 서비스를 일시중단하는 등 독점권에 따른 폐해가 빈발했다.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의 몫으로 돌아갔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버스카드사업자인 버스조합·인텍크산업, 지하철카드 특허권자인 국민카드·씨엔씨엔터프라이즈를 이번 신교통시스템 구축사업에서 완전히 제외한다는 생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행 사업자들이 기득권을 포기하고 협조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1년 내 기존 시스템을 전면배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교통카드 특허전쟁의 정점에 있던 또다른 업체인 스마트로(대표 정봉우) 역시 지금은 상처만 남았다. 한때 씨엔씨엔터프라이즈와 후불식교통카드 특허권 공방을 벌이던 이 회사는 교통카드시장 진입은 고사하고, 법정싸움의 과정에서 형사소송 등에 휘말리며 결국 소모전만 치른 셈이 됐다. 또한 서울시 등 대외적으로도 곱지 않은 인상을 남겼을 뿐만 IC카드·VAN 등 주력사업에도 적지 않은 차질을 빚은 게 사실이다.
한 전문가는 “공공서비스에 준하는 교통카드사업을 아무런 규제장치 없이 민간 독점화한 것 자체가 근본적인 문제”라며 “특허권·사업권을 내세운 민간사업자들의 무리한 욕심도 문제였지만 그 폐해에 대비하지 못한 정책적 책임도 크다”고 평가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