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수 기자의 증권 레이더]회계법인의 의견거절

 코스닥 등록법인인 태영텔스타가 외부 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의 ‘감사의견 거절’로 코스닥에서 퇴출된다. 최근 자본잠식과 분식회계 의혹으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서도 이트로닉스(옛 해태전자) 인수전에 뛰어드는 등 업계의 이목을 끌었으나 회계법인의 ‘의견 거절’ 한방에 코스닥에서 퇴출되는 불명예를 안게 된 것이다.

 지난해 진로·삼애인더스·한빛전자통신 등이 회계법인의 감사의견 거절로 퇴출된 적은 있지만 올들어선 태영텔스타가 처음이다. 그만큼 경기가 안좋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이번 퇴출결정으로 태영텔스타는 오는 24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정리 매매기간을 거쳐 등록이 취소된다. 따라서 이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은 막대한 재산상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회사의 주가가 작년 4월 1만5100원에서 현재 640원까지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투자자들의 손실규모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태영텔스타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최근 주식을 장내에서 대량 매도, 눈총을 받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얼마나 많은 상장 및 등록기업이 또다시 회계법인의 의견 거절로 증시에서 퇴출될지 모른다는 점이다. 국내 회계법인들이 회계감사시 적용하는 ‘회계 감사준칙’에 따르면 회계법인의 감사의견 거절 판정은 회사에서 제출한 회계장부가 아주 부실하거나 향후 1년내 기업으로서 생존 가능성이 불투명할 때 내린다. 가령 △부도 발생시 △자산에 비해 터무니없이 부채가 많거나 현금이 없는 경우 △모기업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자회사 경영부실 또는 과도한 지급보증 △신뢰할 만한 회계 증빙자료의 미제출 또는 파기시 등이 모두 의견 거절 대상이다. 사실 기업에 대한 회계법인의 의견 거절은 기업에 대한 암선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발짝 더 나간다면 꼭 의견 거절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회계법인으로부터 ‘적정’ 의견을 받았다는 것은 회사가 제출한 회계장부가 아주 성실하고 믿을 만하게 처리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적정’ 의견 속에 얼마나 많은 ‘의견 거절’이 숨어있을지 현실적으로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 SK글로벌의 분식회계 사태는 이러한 점에서 우리에게 ‘반면교사’가 아닐까.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