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기상청의 고민

◆엔터프라이즈부·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UN 산하 스페셜에이전시로 설립된 세계기상기구(WMO)는 전세계 3개 기상통신망과 15개 지역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수집되는 자료는 각국 기상청으로 보내져 기상예보의 기본 데이터로 활용된다.

 WMO는 오는 2006년 지역센터를 새롭게 선정한다. 이번 선정의 가장 큰 변화는 그간 지리적 위치에 근거해 선정하던 기준을 ‘인프라’가 좋은 국가면 어디든 선정하는 방식으로 바꾼다는 점이다.

 아태지역에 있는 대표적인 지역센터는 일본과 중국이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제외됐다. 지역센터 선정 여부가 중요한 것은 ‘의무적으로’ 교환되거나 받아볼 수 있는 정보의 폭이 넓기 때문이다. 그만큼 단일 국가의 기상예보가 정확해지고 그에 따른 자연재해를 미연해 방지할 수 있는 조건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기 때문에 웬만한 국가라면 센터 자격을 획득하려고 달려드는 것이 당연하다.

 문제는 자격요건이다. 네트워크 인프라를 차치하고 중요한 척도 중 하나인 슈퍼컴퓨터의 성능만 보면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기상청은 오는 2006년 10테라플롭스로 확장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그 시기 일본은 20테라플롭스의 성능 구현을 계획하고 있다. 더구나 기준 중에는 ‘재해복구’ 환경을 얼마나 잘 갖췄느냐도 포함돼 있는데 이 대목에서는 아예 명함도 못내민다.

 보라매공원에 위치한 기상청 전산센터는 더이상 하드웨어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을 정도로 꽉 차 있고 올해 예산이 처음으로 1000억원을 겨우 넘은 상황(그나마 인건비나 유지·보수 비용을 제외한 순수 IT에 대한 투자는 전체 예산의 10% 수준)에서 재해복구센터의 구축을 꿈꾸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다.

 ‘인재’라는 말은 언제부터인가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단어가 돼 있다. IT를 이용해 자연현상을 보다 자세하고 정확히 분석할 수 있는 있는 시대가 도래한 지금, 기상청에 대한 무관심과 IT투자 낙후가 ‘인재’의 또 다른 이유라고 보는 것은 억측일까.

 몇 달 후 예산처로부터 슈퍼컴 2호기 도입 승인을 받아야 하는 기상청 관계자들이 그나마 세운 최소의 예산이 깎이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