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포럼]인터넷 게임의 산업화

◆박진환 네오위즈 사장  pioneer@neowiz.com

 인터넷 보급확대와 함께 인터넷 게임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많은 국민이 인터넷을 통해 게임을 즐기게 되면서 사회 각계에서는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는 인터넷 게임과 게임회사에 대해서 부정적인 측면을 지적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마 산업으로 자리를 잡아가기 위한 진통이 시작된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자동차 산업이라고 표현을 할 때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가 몇 개 생겼다고 그런 표현을 쓰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하나의 산업군이 형성되고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그 산업이 체계적으로 돌아가도록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는 법률 같은 사회적 제도들이 정비되고 사회적인 인식의 공감대가 형성됐을 때 비로소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산업으로 자리를 잡을 때까지는 꽤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인터넷 게임을 산업이라 부르는 것은 아직 섣부른 표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초고속 인터넷망이 보급되면서 국내에서 경쟁을 통해 스스로 발전하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인터넷 게임과 그 기술이 모국에서부터 인정받아 하나의 온전한 산업으로 자리잡기 위해 어떤 것들이 갖춰져야 하나를 짚어보기 위한 생각에서 시작된 표현이라 이해해주면 좋겠다.

 인터넷 게임이 산업군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우선 법률을 비롯한 사회적 제도가 시급히 정비될 필요가 있다. 구체적인 사례로 최근 인터넷 게임을 포함해 인터넷과 관련된 서비스 전반에 대해 실명제 논란이 진행되고 있다. 인터넷의 익명성이 가져오는 부정적인 면과 실명이 드러나면서 생길 수 있는 표현의 제약을 중심으로 공방이 오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실명제 그 자체의 좋고 나쁨을 떠나 실명제가 되려면 갖춰야 하는 것이 있다. 즉, 홍길동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는 사람이 진짜 홍길동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방법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는 국민이라면 태어나면서 고유하게 부여받는 식별번호인 주민등록번호라는 것이 있어 이것으로 확인할 방법이 우선 존재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정보는 행정자치부에서 관리되고 있고 기업들이 사용자의 실명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장치는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인터넷 게임 분야에서는 앞으로도 여러 가지 논란이 생겨날 수 있고 분명 또 생겨날 것이다. 논란거리가 생기면 그 논란의 옳고 그름만 따질 것이 아니라 그 논란의 결과에 따라 직접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장치를 함께 만들어갈 때 비로소 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기본이 되는 사회적 제도가 하나씩 갖춰져 나갈 것이라 믿는다.

 인터넷 게임이 산업군으로 자리를 잡기 위해 또 필요한 것은 사회적 인식의 공감대를 형성해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인터넷 게임을 서비스하는 기업과 사용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최근에 인터넷 게임의 중독성이 크게 문제가 되면서 부정적인 측면이 부쩍 강조되는 경향이 있다. 게임을 서비스하는 기업은 사용자들이 또 찾아와서 즐길 수 있는 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그 노력들이 중독성만 가중시키는 병폐로 도매급으로 비난받을 때는 무척이나 괴로워진다.

 옛말에 몸에 좋은 것도 과도하면 독이 된다고 했다. 인터넷 게임 그 자체는 여가시간에 즐길 수 있는 아주 좋은 놀이 중 하나다. 그런데 이것이 과도해지면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인터넷 게임을 서비스하는 기업은 사용자들이 본질에 맞게 즐길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안을 제시해야 할 의무가 생겨났고, 사용자들은 여가생활의 거리로 인식하면서 즐길 수 있는 성숙된 자세를 갖출 필요가 생긴 것이다. 양자가 새로운 문화로 등장한 인터넷 게임을 재미있는 즐길 거리로 인식하고 그에 맞는 행위를 해나갈 때 비로소 사회적 인식의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넷 게임은 이제 산업으로 자리잡기 위한 진통을 겪기 시작했다. 그 진통의 시간이 얼마나 길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어느 일방의 잘못과 부족함으로 돌리지 않고 인터넷 게임과 관계된 모두가 사회적 제도 정비와 인식의 공감대 형성을 위해 노력할 때 그 진통의 시간이 단축될 수 있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