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통신시장의 주도권이 유선통신사업자 중심으로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KT·하나로통신 등 유선사업자는 잇따라 2.3㎓ 휴대인터넷 주파수 확보를 위한 기술시연을 하는 등 확보 시위를 벌이면서 휴대인터넷을 통한 무선시장 주도권 잡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들 사업자는 3세대(WCDMA) 이동통신서비스에 앞서 휴대인터넷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이를 기존 무선랜(2.4㎓) 인프라와 향후 시작될 5㎓ 무선랜 등과 연계해 무선데이터 통신의 주도권을 움켜쥔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휴대인터넷 단말기부문에서도 노트북이 아닌 소형 PDA로 설계하고 여기에 이동전화 칩을 내장해 이동전화를 정면으로 겨냥한 대체재로 진입한다는 전략이다.
무선사업자 사이에서는 휴대인터넷을 사실상의 3.5세대(G) 서비스로 보고 이를 유선사업자가 확보할 경우 유선사업자 중심으로 통신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3G 이동통신과 달리 휴대인터넷은 음성서비스(VoIP)보다 고속데이터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3G 수요를 완전히 잠식하지 못하는 보완재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데이터부문을 빼앗긴다면 사실상 3G는 폐기되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나아가 가상이동망사업자(MVNO) 제도 등으로 휴대인터넷과 무선랜·이동전화 등을 하나의 단말기(원폰)로 제공한다면 이동전화사업자에는 사망선고나 다를 바 없다.
아울러 2.3㎓ 휴대인터넷은 저속(60km)에서의 고속(10Mbps 가량) 데이터 통신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국제통신연맹(ITU)이 정의한 3G 이후(beyond 3G)와 흡사하며 정통부도 향후 3G 이후 기술표준에 휴대인터넷 기술을 포함시킨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휴대인터넷을 잡는 사업자는 차세대 이동통신의 주도권을 잡는 결과가 예상돼 3G사업자에 대한 위협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동통신사의 한 임원은 “휴대인터넷사업자는 사실상의 차세대 이동통신 사업자로 해석할 수 있다”며 “이를 유선사업자가 확보한다면 이들 사업자를 중심으로 통신시장이 헤쳐모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통부 측은 휴대인터넷서비스에 대해 유선과 무선사업자를 구분하지 않고 있으며 전문가들도 유무선 구분없이 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으나 현재까지의 준비상황은 유선사업자들이 한발 앞서 있다.
이통사들도 3G서비스의 조기실현과 휴대인터넷 주파수 확보를 놓고 대응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휴대인터넷과 3G서비스를 축으로 통신시장의 주도권 싸움이 유무선사업자간 펼쳐질 전망이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