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단상]백마리째 원숭이 현상

◆오경수 시큐아이닷컴 대표이사 ceo@secui.com

 

 50년대 일본의 미야자키현 고지마라는 무인도에 살던 원숭이들은 먹이로 고구마를 즐겨 먹었는데, 고구마에 묻은 흙을 손으로 털어내고 먹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젊은 원숭이 한마리가 바닷물에 고구마를 씻어 먹기 시작했다. 바닷물에 씻은 고구마는 염분이 가미되어 맛도 훨씬 좋았기 때문에 친구들에게 이 방법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바닷물에 고구마를 씻어 먹는 젊은 원숭이의 습관은 점차 다른 원숭이들에게 파급되어 하나 둘 흉내내기 시작했으며, ‘씻어먹는’ 행위가 새로운 행동양식으로 정착해갔다. 고구마를 씻어 먹는 원숭이의 수가 어느 정도까지 늘어나자 고지마섬에서 멀리 떨어진 다카자키산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 서식하는 원숭이들도 고구마를 씻어 먹기 시작했다. 서로 접촉이 전혀 없고, 의사소통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마치 신호를 보내기라도 한 것처럼 정보가 흘러간 것이다.

 미국의 과학자 라이언 웟슨은 이것을 ‘100마리째 원숭이 현상’이라고 명명했다. 어떤 행위를 하는 개체의 수가 일정량에 달하면 그 행동은 그 집단에만 국한되지 않고 공간을 넘어 확산되는 불가사의한 현상을 뜻하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변화와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아무리 혁명적이고 가치있는 방법이라도 이것이 모두가 사용하는 방식으로 자리잡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함께 말하고 있다.

 과거의 관행이나 고정관념 등으로 인해 변화를 두려워하고 싫어하는 것이 사람들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을 익히는 것을 귀찮아하고 현재의 자리가 흔들리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구관이 명관이다’를 외치며 제자리로 돌아가기 일쑤다.

 아날로그 사회에서 디지털 사회로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과거에는 없던 새로운 사업영역이 생겼으며, 시장의 경쟁원리도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방법으로 변화하고 있다. 정보시대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변화에 적응하는 ‘혁신’의 자세가 필요하다. 세상의 가치관, 구조, 변화를 깨닫는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지금도 세상은 바뀌고 있다. ‘혁신’의 지혜를 가진 사람에 의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