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 공습 개시 소식이 국내 증시를 급등세로 이끌었다.
이라크 전쟁의 시작으로 그동안 증시의 발목을 잡아왔던 불확실성 중 하나가 해소된 데다 전쟁이 조기에 종결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외국인과 개인이 상승장을 주도했다.
20일 거래소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26.68포인트(4.92%) 오른 568.46으로 마감됐다. 코스닥지수도 전일대비 2.37포인트(6.45%) 상승한 39.14로 장을 마쳤다.
이날 외국인은 거래소와 코스닥에서 각각 300억원, 83억원을 개인은 양 시장에서 각각 1040억원, 41억원을 순매수하며 상승 분위기를 잡아나갔다. 하지만 기관들은 거래소에서 1400억원, 코스닥에서 105억원 가량을 순매도했다.
시가총액 상위종목들도 오랜만에 큰 폭으로 상승했다. 거래소에서는 삼성전자가 전일대비 5.24%오른 31만1500원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SK텔레콤(2.90%), KT(1.84%), LG전자(2.21%) 등 시가총액 상위종목 대부분이 상승세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종목들의 반등폭은 더 컸다. 시가총액 1위인 KTF가 전일대비 5.62% 오른 2만4450원으로 마감된 것을 비롯해 LG텔레콤(9.92%), 하나로통신(9.17%), 다음(5.79%) 등 시가총액 상위 20위종목 모두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그동안 전쟁 리스크로 폭락했던 주식시장이 속전속결로 전쟁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란 기대감이 낙폭을 해소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여기에 유가와 금값이 전쟁 개시와 함께 폭락한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풀이했다.
이처럼 전쟁 개시로 촉발된 주가 상승은 일단 기술적 반등 성격이 강하며 단기적으로 추가 상승은 가능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이어질지는 향후 전쟁 진행 상황에 따라 추가 판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강현철 LG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주가상승에는 불확실성 요인이 현실화된 데 따른 안도감과 전쟁이 단기전으로 끝날 경우 소비심리 개선 등 경기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며 “하지만 섣부르게 확신을 갖기는 어려운 상황이며 랠리가 지속될 만한 변수의 개선이 가능할 것인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510선을 바닥으로 600선 근처까지는 기술적 반등 가능 영역이지만 그 이후에는 이라크전 추이뿐만 아니라 다른 악재 요인의 해결 여부에 의해서도 주가가 영향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라크전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더라도 내부적 악재 요인, 즉 북핵 문제, 신용등급 하락, SK로 촉발된 회계부정, 자금시장 악화 등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있기 때문이다. 또 현재 유가가 급락하고 있지만 현 수준 이하로 더 떨어져야 기업 채산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추가 하락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라는 점도 섣부른 주가 상승 기대감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조용환 세종증권 연구원은 “현재 유가 하락폭 및 속도는 이미 걸프전 때도 나타났던 수준이고 유가가 상승반전할 가능성도 있다”며 “북핵 문제, 원화가치 하락 등으로 국가 신인도가 낮아져 외국인들의 긍정적 시장 대응을 기대하기 어렵고 경기하락 추세가 빨라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전쟁 개시로 중장기 랠리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조장은기자 je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