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선진 경제국이 이라크전을 둘러싸고 왈가왈부할 때 일본은 논쟁에서 조용히 비켜 있었다. 전쟁이 개시된 지금, 일본은 더이상 조용히 있을 수 없다. 이라크전이 일본 경제 ‘직격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에 대형 IT업체는 각별한 존재다. 지난 2002년 3월 회계연도에서 대형 9개사 영업손익의 합은 1조9129억엔 적자였다. 이들은 지난 2∼3년간 공장 통폐합, 인건비 삭감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감행해 올 3월 회계연도에서 흑자로 전환하는데 일단 성공했다. 문제는 2004년 3월 회계연도다. 구조조정을 통한 버티기는 한계에 달했으며 역시 수출밖에 길이 없는 상황에서 세계 디플레이션은 최악의 재료다. 여기에 이라크전은 타는 불 위의 석유다.
9대업체 경영자들은 ‘우리들은 회복국면에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말미에 ‘다만 이라크전이 세계 경기에 미칠 영향이 변수다’라고 입을 모은다.
세계 경제가 ‘전쟁모드’에 들어감에 따라 원재료 가격변동이 심하다. 원재료 가격 변동은 일본 경제에 아킬레스건이다. 10년 불황의 최대 원인은 일본내 개인소비 침체다. 따라서 원재료가 급등해 인상분을 제품가격에 반영하면 근근히 유지하고 있는 개인소비가 위축한다. 디플레이션 악순환이 한층 가속화할 우려가 있다.
다이쇼총합연구소는 이라크전이 단기전(한달∼한달반)으로 끝난다면 올해 실질GDP에 -0.3% 압박요인에 그쳐 적게나마(0.2%)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장기전(3∼6개월)으로 가면 -2.5% 압박요인으로 작용해 일본은 -1.7%로 추락한다고 전망했다.
일본은 지난해 3월에 이른바 ‘일본발 금융위기설’에 시달렸다. 잠잠해진 위기설이 이라크전을 계기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