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부시의 전쟁`]장기전땐 세계 IT시장 `치명타`

 이라크전 발발로 그동안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아온 불확실성이 마침내 제거됐다. 하지만 ‘이라크의 화학무기 사용’이나 ‘이스라엘 등으로의 확전’ 등의 많은 변수가 아직 남아 있어 섣부른 예단은 어려운 상황이다.

 일단 주요 경제지표 동향은 이라크전이 단기적으로 끝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유가는 속락하고 달러는 강세를 보이는 등 미국의 의도대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전쟁이 자칫 장기화되고 유가가 다시 치솟아 최소 수개월간 배럴당 40∼50달러선을 넘어서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세계 경제에 치명타를 가할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심지어 독일의 유력지인 빌트암존타크가 입수한 유럽연합(EU) 집행위의 보고서는 유가가 배럴당 70달러를 웃도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가정해 놓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이번 전쟁에서 단기간에 승리를 거둘 경우 달러 패권을 유지하고 안정적 석유 수급이 가능해져 최대 수혜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난 91년 걸프전 때와 같은 급격한 경기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현재 잇단 회계부정 스캔들과 이로 인한 주가하락 사태로 투자자의 신뢰가 하락하고 기업은 투자를 꺼려 각종 경기 부양책의 약발이 먹히지 않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석유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지역은 유가하락으로 일단 한숨은 돌렸으나 유가가 다시 급증할 경우 직격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이들 국가가 받을 충격은 경제 펀더멘털이 어떠한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유가가 상승할 경우 아시아에서 한국이 1위 원유 순수입국임에도 불구하고 경제 펀더멘털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태국과 필리핀이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럽은 이번 전쟁으로 유로의 약세가 전망돼 미국과의 글로벌 경제 주도권 싸움에서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될 전망이다. 특히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은 중동지역의 석유 이권을 침해당할 상황이어서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IT산업은 이번 전쟁이 IT산업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이라크에서 벌어졌기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은 거의 받지 않겠지만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유가상승에 따른 운송비 증가, 통관 지연에 따른 납기차질 등이 우려된다. 이에 따라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며 IT산업의 선행지표 역할을 해온 반도체의 경우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반등세가 예상됐으나 최근 주요 시장조사업체들은 이라크전을 이유로 일제히 시장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한 바 있다.

 또 업계에서는 전쟁이 단기로 끝나고 모든 불확실성이 해결되더라도 IT산업의 침체가 이라크전과는 상관없이 계속돼 온 것이기 때문에 급격한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