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읽기에 들어갔던 미국의 대 이라크 공격이 20일(이하 한국시간) 시작됐다. 평화를 염원했던 모든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대량살상무기 제거와 사담 후세인 축출을 내세워 공격명령을 내림에 따라 걸프만에는 포성이, 지구촌에는 전쟁의 검은 그림자가 뒤덮이게 됐다.
물론 교전 당사자는 미·영 연합군과 이라크다. 하지만 이라크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국가는 없다. 유가가 요동치는 등 이라크전 여파가 세계 경제계에 휘몰아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이 대책마련에 분주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전쟁의 결과를 정확히 예측하고 대비해야만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사정은 우리도 마찬가지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경제체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여타 국가보다 전쟁의 상처가 더 클 수도 있다. 따라서 유가, 수출과 내수, 금융 및 외환시장 추이 등 이라크전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더욱 정확히 진단하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유가상승이다.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기업의 비용부담을 늘려 수출경쟁력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잘 알다시피 물가가 상승하면 소비심리와 내수를 위축시키고 기업의 투자회복을 지연시키는 등 경제의 악순환을 유발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우리의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치(5%대)에 못미치고, 최악의 경우 연초 마련했던 경제운용계획을 손봐야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물론 상황은 유동적이다. 전세가 미국쪽에 유리하게 급진전되면 91년 걸프전 사례가 방증하듯 유가는 급락하고 투자는 회복되는 등 위축된 경제심리가 회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쟁기간도 변수다. 전쟁기간이 짧을수록 세계 경제 및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및 충격은 적다. 대다수 전문가들이 지난 91년 걸프전 사례와 미국-이라크 국력의 차이 등을 감안해 단기전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고 예상하고 있지만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고 어떤 결말을 맺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이라크 전쟁은 단기전으로 끝날 경우 그동안 세계 경제를 짓눌러오던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수출이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지만 장기전으로 비화되면 유가상승과 경기침체 현상이 가속화되는 등 우리 경제에 미칠 악영향은 실로 엄청나다.
따라서 2가지 이상의 시나리오를 준비해 상황변화에 대처해야 한다. 물론 우리 정부도 내수침체가 장기화되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5조원 한도내에서 한국은행의 일시차입금과 재정증권을 발행하고, 사회간접자본(SOC) 개발예산을 조기집행하는 등 다양한 전략을 마련한 것으로 알고 있다.
차제에 기업의 경영환경과 직결되는 환율과 채권시장 동향은 물론 승용차 강제 10부제와 텔레비전 방영시간 단축, 엘리베이터 격층운행, 유흥접객업소 영업시간 단축 등 비상석유수급대책 등도 다시 한번 점검했으면 한다.
불필요한 수입도 자제해야 한다. 이라크전 발발로 인해 중동길이 막히는 등 우리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수출전선이 커다란 타격을 입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입을 줄여서라도 국제수지를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라크전 발발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온국민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