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레퍼런스 사이트]大馬를 잡으면 성공 일사천리

 “우리의 레퍼런스(준거) 사이트가 최고다.”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영업·마케팅 전략이 레퍼런스 사이트로 집중되고 있다.

 레퍼런스 사이트가 어떤 고객이 무슨 솔루션을 도입해 어느 정도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레퍼런스 사이트를 활용한 영업·마케팅에는 투자대비효과(ROI), 총소유비용(TCO) 등 IT산업계의 주요 투자지표들이 총체적으로 결합되고 있다.

 특히 IT기업이 새로운 분야에 진출할 때에는 첫 레퍼런스 사이트의 경·중이 사업의 성패를 결정할 만큼 관건이 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처럼 레퍼런스 사이트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파급효과가 큰 고객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유명기업을 잡아라=세계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장은 30여년의 전통을 가진 SAP의 독무대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95년 삼성전자가 SAP의 ERP를 선택하면서 확실한 준거사례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오라클의 강력한 추격에 SAP코리아의 위상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그 시작은 한국오라클이 ‘한강의 기적’의 출발점이나 다름없는 포스코(구 포항제철)를 ERP 고객으로 확보하면서부터다. 더구나 SAP코리아와의 경쟁에서 거둔 성과여서 국내 ERP시장에서 차지하는 한국오라클의 위치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후로 한국오라클은 현대자동차와 같은 초대형 ERP 프로젝트에서 SAP코리아와 밀고 밀리는 대등한 경쟁관계를 형성, 기존의 시장구도를 바꿔놓았다.

 세계 1위의 공급망관리(SCM) 솔루션 공급업체인 i2테크놀로지도 한국에서 삼성전자를 첫 레퍼런스 사이트로 확보하면서 삼성그룹은 물론이고 주요 대기업을 잇따라 고객으로 확보, 국내에서도 1위의 시장입지를 세웠다. 그러나 최근 한국오라클·SAP코리아·자이오넥스 등이 삼성그룹 일부 계열사를 비롯한 유명기업들의 SCM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레퍼런스로 활용하면서 i2테크놀로지의 위상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고객관계관리(CRM) 분야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국내 운영 CRM시장의 선두기업인 시벨시스템즈코리아가 삼성그룹의 금융계열사를 중심으로 파괴력이 있는 레퍼런스 사이트를 구축했으나 e피파니·카나소프트 등이 삼성그룹에 대한 공세를 본격화하면서 시장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경쟁 솔루션을 대체(윈백)하라=기업애플리케이션통합(EAI) 솔루션은 차세대 IT 패러다임인 웹서비스로 가는 지름길로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수요가 고개를 들고 있다. 따라서 한국IBM·BEA시스템즈코리아·웹메소드코리아·팁코소프트웨어코리아·한국비트리아 등 전문솔루션을 보유한 업체들은 물론이고 한국오라클·SAP코리아까지 시장경쟁에 가세했다.

 특히 웹메소드코리아는 지난해 국내 화장품산업계의 1위 기업인 태평양의 EAI프로젝트에서 경쟁업체의 솔루션을 대체하는 성과를 내면서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는 태평양측으로부터 “기존 솔루션의 통합관리능력이 뒤떨어지고 시스템의 확장과 변경이 어려워 웹메소드를 선택했다”는 평가를 얻어냄으로써 국내 시장입지를 넓히는 밑거름으로 삼고 있다.

 국산 IT솔루션 기업들도 윈백을 전략적 무기로 채택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닷넷(.NET) 기반 ERP를 개발해 시선을 모은 코인텍은 연간 1000억원대의 의류수출기업인 보텍이 사용하던 외산 ERP를 대체한 성과를 마케팅에 활용, ERP 시장진출 1년여만에 20여개 고객을 확보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코인텍은 세계 최고의 ERP로 평가받는 외산제품을 윈백함으로써 국내외 ERP업계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또 다른 국산 ERP기업인 소프트파워도 지난해 5월 하나로통신이 구축해 놓았던 외산 ERP를 대체, 대기업용 ERP 시장진출의 발판으로 활용중이다.

 한국HP와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에는 아예 한국IBM의 중형급 서버인 ‘AS400’을 윈백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각각의 본사가 체결한 닷넷 협력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AS400에 대한 공동 전선을 펼친 것이다.

 이를 위해 두 회사는 올 하반기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2003 데이터센터’를 탑재한 64비트 인텔 칩 기반의 슈퍼돔을 출시하고 AS400 윈백영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IT기업들은 이처럼 윈백을 통해 확보한 레퍼런스 사이트가 가져다주는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ROI를 보여줘라=데이터웨어하우징(DW) 및 CRM 분야의 선두기업인 NCR테라데이타는 최근 공급망성과관리(SCI)솔루션 분야에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해 6월 인수한 세이지트리의 SCI 솔루션을 주력제품의 하나로 삼아 본격적인 시장개척에 나선 것이다.

 한국NCR테라데이타는 SCI 시장진입전략으로 ‘확실한 ROI 실적을 보여주는 것’을 선택했다. 특히 자사의 DW와 400여가지의 KPI(Key Performance Indicator)를 적용한 분석력을 토대로 SCI를 접목함으로써 시스템을 도입한 지 4개월여 만에 2400만달러의 재고비용을 절감한 포드자동차를 적극 소개하고 있다.

 한국오라클도 장기간 지속된 반도체 산업의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SCM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통해 향후 5년간 1300만달러의 ROI가 예상되는 미국 인터실코퍼레이션의 사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또한 저장 네트워킹 분야의 선두주자인 엠시데이터가 ‘오라클 e비즈니스 스윗 11i’을 도입해 분기별 결산마감시간을 21일에서 4일로 줄이는 등 첫 해에만 100만달러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는 점을 들면서 국내 영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밖에 다국적 CRM기업인 카나소프트코리아도 상담원 지식관리솔루션인 ‘IQ’를 도입해 3년간 3000만달러의 ROI를 거둘 것으로 기대되는 미국 스프린트PCS의 사례를 국내에 적극 소개하고 있으며 한국HP·BEA코리아·인텔코리아도 IA서버와 웹로직 플랫폼을 도입해 43%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는 뱅크오브뉴욕의 사례를 국내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