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수출도 전쟁 영향권에

정부·기업 비상대책반 긴급 가동

미국과 영국 연합군이 20일 오전 11시 45분(한국시각) 이라크를 공격했다. 세계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올해 약 3조달러로 예상되는 세계 정보기술(IT)시장도 전쟁의 후폭풍에 휩싸이게 됐다. 작년 한해 반도체를 포함해 총 460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던 국내 IT수출도 전쟁의 영향권에 들어가게 됐다.

 이에 따라 수출 유관부처와 기업들은 본격적인 전쟁 대응체제 가동에 돌입했다. 전쟁의 직접적 영향권 아래에 있는 중동·아프리카지역은 물론 검색·검문이 강화되면서 미주·유럽 같은 지역에서도 원활한 물류루트 확보에 비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20일 재정경제부 대회의실에서 김진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 주재로 산업자원부 등 11개 부처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이라크전 발발에 따른 국내외 시장동향과 필요한 대응조치를 점검했다.

 정부는 우선 지난해 약 12억달러를 기록하며 우리나라 전체 IT수출액의 2.6%를 차지했던 중동·아프리카 IT수출이 장기전으로 치달을 경우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대책마련에 나섰다. 수출 주무부처인 산자부는 무역투자실장을 반장으로 수출유관기관이 참여하는 수출비상대책반을 가동시켰으며 중기청은 시장변화에 민감한 중소기업을 위해 비상지원반을 구성, 상시연락체계에 들어갔다.

 기업들도 개전과 함께 미리 준비해둔 비상시나리오에 따라 비상대책팀을 긴급 가동했다. 이들은 전화와 e메일·팩스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현지 딜러 및 법인 관계자들과 소통을 시도하면서 물동량·거래처의 동향 등에 촉각을 세웠다.

 삼성그룹은 현재 계열사별로 비상대책반을 마련하고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전시환경에 대처하고 있다. 이 회사는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에 대비해 대안 물류루트 확보에 나서는 한편 경쟁력이 낮은 사업을 대폭 축소하거나 철수하는 방안도 고려중이다.

 LG그룹은 제품 수송로 확보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장기전에 대비해 강도 높은 원가절감과 에너지절약 대책을 내부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이 회사는 선적을 앞둔 물품에 대해서도 위험부담이 커 당분간 선적을 보류키로 했으며 정확한 물동량을 파악, 수출전략 변경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외 금융전문가들은 미-이라크 전쟁이 단기간으로 끝날 경우 불확실성 해소로 세계 IT경기가 상승세로 돌아서지만 자칫 장기전으로 치달을 경우 세계경제 침체로 인한 기업과 소비자들의 지출 및 소비 위축으로 국내는 물론 세계 IT경기가 회복할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종전에 대비해 지금부터 ‘포스트 이라크 특수’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도 이라크전이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우리경제에 기회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 이를 새로운 경제도약의 호기로 삼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정부는 전쟁이 조기에 종료될 경우 통신망·컴퓨터 수요 등 IT를 중심으로 수출을 늘리기 위해 적극 나설 방침이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