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인사이드]전쟁과 비즈니스맨

 마침내 20일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함으로써 우려하던 전쟁이 발발했다. 삼성전자나 LG전자·대우일렉트로닉스 등 우리나라 기업은 서둘러 현지 주재원을 안전한 지역으로 대피시키는 데 온힘을 쏟고 있다. UAE·이란·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요르단·이스라엘·터키·시리아 등에서 근무 중인 우리 기업 주재원의 가족은 이미 귀국 또는 철수한 상태다. 그러나 대부분의 주재원은 귀국하지 않고 UAE의 두바이 등 중동지역에 여전히 남아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이미 본사와 쿠웨이트 현지 거래선과의 연락이 원활하지 못할 만큼 현지 상황은 급박하다.

 삼성전자나 LG전자의 경우 아직 중동지역에 20여명씩의 직원이 떠나지 못하고 남아 있다. 가능한 한 최후의 순간까지 상황을 지켜보고 거래선과의 협력을 지속하려는 욕심에서다. 인근 국가에서는 대대적인 폭격이 일고 이제 사상자가 생기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두렵고 불안한 마음이 어찌 없겠는가.

 하지만 이런 와중에서도 주재원들은 본사에 수시로 연락하며 현지 상황을 보고한다. 수년간 애써 다져온 거래선들이 무너질까, 행여 올해 수출성과가 기대에 크게 못미치면 어쩌나 전전긍긍하면서 지낸다. 이라크 인근에 있는 주재원뿐 아니라 아프리카 같은 오지나 내전이 끊이지 않는 위험지역에 파견된 직원들은 늘 불안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한다. 치안이 불안한 멕시코에 근무 중인 모 기업 법인장은 현지에서 총을 든 택시강도를 여러 번 만나 등골이 오싹했던 경험을 이야기한 적도 있다.

 외로움이 사무치는 오지와 위험에 노출된 사지에서 일하고 있는 우리 기업의 주재원들은 단순한 ‘월급쟁이’라는 생각으로는 근무할 수 없다. 우리나라 수출전선의 최전방에서 기업경제에 한몫한다는 사명감없이는 그 열악한 여건을 견디기 힘들다. 이들은 제품 수주 한건에 울고 웃는다. 제품을 팔기 위해서는 독주도 마다할 수 없다. 그런 하나 하나가 모여 기업을 일궈낸다. 자신이 몸담은 기업 가치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는 데 보람을 느낀다.

 일부 정치인들이 양지를 찾아 소속을 바꾸고 소신도 뒤집으며,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현실에서도 이들은 오로지 맡은 바 수출업무만을 위해 노력한다. 설령 기업에서 차지하는 자신의 비중이 보이지 않을 만큼 적다 하더라도 그것들이 하나 둘씩 모여 기업이 되고, 국가경제의 초석이 된다.

 경제력이 국가의 위상을 결정짓는 지금 기업을 구성하는 일꾼 하나 하나의 역량이야말로 나라의 중요한 자산이 된다. 때로는 사선을 넘나들 만한 위험 속에서도 사명감으로 일하는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애국자가 아닌가.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