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SW상품대상은 국내에서 개발된 우수 소프트웨어를 발굴해 매달 시상함으로써 SW산업 발전과 중소기업의 개발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지난 94년부터 한국정보산업연합회와 본지가 공동으로 주관하고 있는 시상제도다. 올해로 9년째, 벌써 100회를 넘어선 신SW상품대상 제도는 매달 400∼500건의 제품이 응모하면서 명실공히 국내 우수 SW제품이라면 한 번쯤 거쳐가야 할 관문으로 자리잡았다.
신SW상품대상이 SW산업계 최고의 상으로 확고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산·학·관계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의 엄정하고 공정한 심사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은 부인키 어렵다. 이단형 현 소프트웨어진흥원장에 이어 지난 99년부터 심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황종선 고려대 컴퓨터과학기술대학원장(62)은 “우리나라 SW산업 발전에 조그맣게라도 기여했다는 게 큰 기쁨”이라고 100회를 맞은 소감을 밝힌다.
신SW상품대상에 대한 그의 애정과 열정은 고려대 이공대 캠퍼스에 위치한 연구실 문을 들어서면서 그대로 묻어난다. 책꽂이와 책상은 물론이고 의자, 창틀, 바닥할 것 없이 발디딜 틈 없이 연구자료와 서류철이 수북히 쌓여 있다. 20여년이 넘게 교수를 맡고 있다고는 해도 일단 연구실 문을 처음 들어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놀랄 만하다.
황 원장은 연구실이 헌 책방 못지않은 책의 보고로 변신한 이유가 바로 매달 우수 소프트웨어를 발굴해 시상하는 신SW상품대상 심사위원장을 맡은 덕분이라고 고백한다. 아닌게 아니라 매달 열리는 우수소프트웨어선정위원회 책자를 비롯해 각종 신제품 소개서와 샘플CD들이 눈에 띈다.
“중소기업들이 땀흘려 개발한 제품소개서를 하나라도 버릴 수 없어 보관하다 보니 이렇게 연구실이 변했습니다.”
심사를 주관하면서 인연을 맺은 소프트웨어를 자식처럼 아끼는 황 원장이기에 최근 100회 선정위원회를 개최한 그의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는 “한 달에 30∼40개에 달하는 신제품을 검토하면서 소프트웨어산업의 트렌드를 감지할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다”며 “변함없이 공부한다는 자세로 작품을 대하다 보니 심사과정이 즐거웠다”고 회고했다.
황 원장 스스로 출품작들을 ‘제품’이 아닌 ‘작품’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응모작들에 대한 그의 각별한 애정을 증명해준다.
실제로 황 원장은 매달 일반SW부문과 멀티미디어콘텐츠 부문의 수상작품을 선정하기 위해 직접 제품을 시연해본 경험들이 연구작업에도 많은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믿고 있다.
황 원장은 신SW상품대상에 출품되는 소프트웨어의 면면을 살펴보는 것만으로 최근 IT산업의 트렌드를 어느 정도 감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보안솔루션이 이슈로 부각되면서 관련 제품이 꾸준히 출시되고 있으며 이동통신 인프라의 발달로 모바일 게임도 자주 출품된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중소기업이 개발했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기술력이 뛰어나고 아이디어가 참신했던 제품들도 적지 않았다.
“말만 하면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해주는 소프트웨어와 반대로 외국어를 입력시키면 음성으로 읽어주는 소프트웨어가 인상에 남는다”는 황 원장은 “신SW상품대상을 통해 홍보능력이 부족한 소규모 기업들에게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주고 있다는 보람도 크다”고 힘주어 말했다.
심사기준에서 제품의 보편성과 대중성을 일차로 고려한 뒤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의 제품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도 이같은 상의 취지와 무관하지 않다.
황 원장은 또 공동개발보다는 단독개발 제품을, 수출목표를 크게 세우는 기업보다는 작더라도 실제 수출 성과를 거둔 기업이 유리하다고 귀뜸한다. 포장을 거창하게 하는 업체보다 기술력과 내실이 있는 중소기업을 우선 주목한다는 것.
황 원장은 “제품 자체는 우수해도 시연 준비가 부족하거나 무성의해서 점수를 높게 받지 못한 제품이 종종 있어 안타까웠다”며 “경쟁제품과의 비교분석 작업 등을 철저히 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라고 신청기업들에 당부한다.
그는 “우수한 제품이 넘쳐 최종 수상작 선정 때 행복한 고민에 빠졌던 적도 많았지만 최근 소프트웨어산업의 불황이 지속되면서 상대적으로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들이 출품되기도 했다”며 “시장이 침체될수록 기업들이 연구개발에 정진해 기술력으로 승부를 걸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요즘 황 원장은 단순히 심사위원장이 아닌 중소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의 고충을 들어주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 조력자 역할까지 자처하고 나섰다. 제품을 출품한 기업의 개발자와의 대화를 통해 문제점을 지적해주는가 하면 강단에 설 때면 우수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소개하기도 한다.
“기회가 닿는 한 심사를 계속 하고 싶다”는 황 원장은 심사위원장을 지내면서 쌓인 자료들을 보다 가치있는 정보로 가공할 수 있는 방법을 구상중이다. 그의 연구실과 창고를 가득 메우고 있는 자료들만 분류하더라도 최근 몇 년간의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흐름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훌륭한 교본이 나올 수 있으리라는 믿음 때문이다.
황 원장은 “보안, 인터넷, 유틸리티, 교육 솔루션, 게임에 이르기까지 각종 소프트웨어 부문을 카테고리별로 분류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며 “이같은 자료는 컴퓨터학과 연구원들은 물론 IT업계 관계자들에게 유용한 교과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100회를 넘어 또다른 100회를 향한 발걸음을 이제 막 내디딘 신SW상품대상이 황 원장의 노력과 SW개발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국내 우수SW 양성의 산실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본다.
△42년 서울 출생 △66년 고려대 수학과 졸 △68∼70년 고려대 교육대학원 수학전공(석사) △78∼80년 미 남부 캐롤라이나랜더주립대 조교수 △81∼82년 한국표준연구소 전자계산실장 △86∼89년 한국정보과학회 부회장 △82∼90년 고려대 전자계산소 부소장 △82∼현재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 △84∼현재 산자부 기술표준원 산업표준심의회 정보기술심의위원장 △94∼현재 ISO/IEC JTC1 한국위원장 △95년 한국정보과학회 회장 △95∼현재 고려대 컴퓨터과학기술대학원 원장 △99∼현재 신소프트웨어상품대상 심사위원장 △89년 국무총리 표창 △98년 문체부장관 표창, 국민훈장동백장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