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기업]사람과셈틀

 오랜 시간이 흘러도 많은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제품이 있다. 청량 음료하면 떠오르는 칠성사이다, 간식류 중에는 초코파이, 속이 더부룩 하면 생각나는 까스활명수 등이 그것이다. 이같은 장수 제품은 처음 접했을 때나 시간이 지난 지금이나 지갑에서 돈을 꺼내기 전에 품었던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켜 준다. 때문에 그 오랜 시간동안 외면받거나 사라지지 않고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사회 속에서, 그것도 불과 몇 개월이면 구식이 돼버리는 IT 시장 속에서 장수 제품 탄생을 꿈꾸는 기업이 있다. PC에서 공중파 TV를 시청할 수 있도록 작동하는 TV수신카드 전문 제조회사 사람과셈틀이다.

 이 회사 김정수 사장은 “이 분야에 왜 뛰어들었나 싶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니죠. 언제 한 번 제대로 휴가를 가봤는지. 그렇다고 많은 돈을 번 것도 아니었습니다. 단지 제품을 좋아해주는 고객이 있었고 그 고객에게 서비스를 계속하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사람과셈틀은 회사명에 드러난 것처럼 ‘사람’을 우선시 한다. 그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IT 시장에서 우직하게 한 길만 바라봤다.

 김정수 사장은 “언젠가 우리 사회에 컴퓨터란 단어 대신 ‘셈틀’이란 우리말을 사용하자는 의견이 제기된 적이 있었죠. 이 때 단어가 맘에 들어 회사명에 반영했습니다. 이를 달리 부른다면 ‘사람과컴퓨터’가 되겠네요. 무의미한 것 같지만 ‘사람’이란 단어가 ‘셈틀’ 앞에 위치해 있죠. 여기에 뜻이 있습니다.”

 회사명처럼 사람과셈틀의 경영방침은 ‘인간을 우선으로 한 최신 기술의 개발’ ‘창조성을 기본으로 건전한 컴퓨터 문화의 선도’ 등이다. 기계 냄새, 돈 냄새보다 인간 냄새가 풍긴다.

 사람과셈틀의 주력 제품은 하나다. 97년 선보인 아날로그 TV 수신카드가 여태껏 잘 팔리고 있다.

 김정수 사장은 “회사를 먹여살리는 제품이다. 참 오래 간다. 고객이 10만명까지 늘었다. 제품 보증 기간이 원래는 5년이었는데 초기 제품에 사용되던 부품이 최근에 단종됐다. 사후 서비스를 오랫동안 해주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생기더라. 그래서 할 수 없이 최근에는 2년으로 줄였다.”

 회사의 규모나 생산 능력에 따라 할 품목이 있고 손대지도 말아야 할 품목이 있다고 믿는 사람과셈틀. 그런 믿음 때문에 이제껏 TV 수신카드에 매달려 왔다.

 “‘고객 만족’, 단순한 소리인 것 같지만 힘이 많이 들더군요. 시간도 오래 걸리고. 하지만 좋은 품질의 제품이라면 고객들이 알아서 찾아온다고 생각합니다. 장수 제품들이 존재하는 이유아니겠습니까. 그런 제품, 똑바른 제품 만들어야죠.”

 사람과셈틀이 설립 이래 TV 수신카드에만 매달린 이유가 느껴졌다. 소위 말하는 ‘단타’성 사업이 싫고 품질과 신뢰로 소비자들의 발길을 돌리도록 하는 회사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디지털 방송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디지털 방송 수신용 제품도 만들었는데 아직은 잘 안되네요. 디지털 방송 환경 자체가 본 궤도에 오르질 못해서인지 아직 부족한 면도 많습니다. 그래도 대비해야죠. 좋은 제품 만들어서 좋은 서비스를 고객이 만낄할 수 있도록.”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