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타워]참여정부와 관객

◆유성호 정보가전부 차장 shyu@etnews.co.kr

 

 지난 2월이었다. 참여정부 기치를 내건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식을 가진 바로 그 당시였다.

 모 벤처기업 CEO로부터 초대권을 선물받았다. 도대체 무엇이길래 하는 궁금증으로 초대권을 열어봤다. ‘윤희정&프렌즈‘라는 음악회였다. 윤희정씨라면 음악 애호가들은 모르는 이가 없을 만큼 유명한 재즈 가수다. 초대권을 찬찬히 살펴보다 깜짝 놀랐다. 초대권에 소개된 프로그램에 2월의 프렌즈(친구들)에 초대권을 보내온 지인의 이름이 있었다. 평소 단란주점에서 노래 실력을 뽐내던 사람이지만 윤희정씨 무대에 선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평소 음악에 무관심했지만 호기심도 발동하고 재즈의 깊은 맛도 한번 느끼고 싶어 공연장을 찾았다. 음악회는 성황을 이뤘다. 좁은 공연장이었지만 빈자리가 없었다. 평소 알고 지내던 벤처기업의 유명인사들도 상당수 만날 수 있었다. 사업으로 바쁜 사람들이지만 문화애호가들이었구나 하는 생각에 다시 한번 놀랐다.

 열기는 뜨거웠다. 윤희정씨의 깊고 흐드러지는, 때론 공연장이 떠나갈 듯한 우렁찬 목소리가 객석을 가득 메웠다. 오랜 만에 느껴보는 음악회의 생생한 감동과 함께 지인의 공연을 지켜보는 재미도 별났다. 그날 음악회에는 탤런트 모 양도 지인과 함께 초대가수로 나와 열창을 했다. 프로와 아무추어의 무대를 동시에 만끽하는 재미가 그만이었다. 객석은 그야말로 야단법석이었다. 관객 중에는 초대가수들의 지인이 꽤나 있었다. 벤처기업인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던 이유도 그제서야 깨달았다. 실수를 하지 않을까 조마조마했지만 초대가수들도 꽤 수준높은 가창력을 보여줬다.

 놀라운 사실은 이 공연이 지난 5년간 매달 한 번씩 열렸다는 것이다. 윤희정씨가 이 공연을 기획한 동기는 재즈를 널리 퍼뜨리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재즈란 어려운 것이고 프로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쉬운 것이어야 한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었다. 이 공연에 초대된 이들은 매우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이었고 프렌즈라는 친목회도 만들어졌다고 했다.

 5년이 지나도록 공연이 성공을 거두고 있는 데는 관객의 참여가 한몫을 한 셈이다. 윤희정씨는 공연이 끝난 후 가장 어려웠던 점은 초대가수를 발굴하는 일이었다고 고백했다. 때론 자신이 발탁하고 때론 관객이나 단체의 추천도 받는다고 했다. 이들을 섭외하고 무대에 설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도 보통 힘든 작업이 아니라고 했다.

 흡족한 기분으로 공연장을 빠져나오면서 문득 스치는 게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도 바로 이러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쟁쟁한 실력을 갖춘 이들이 각 분야에서 고루 발탁돼야 하지 않을까, 친구들과 관객의 박수를 받으며 정부라는 무대에 참여해야 하지 않을까, 또 그들이 무대에서 기대 이상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공연을 본 지 어느덧 한달이 가까워진다. 그 사이 참여정부가 공식출범했다. 기대대로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많은 사람이 참여정부에 발탁됐다. 그런데 아쉽다. 공연장처럼 관객과 친구들의 갈채와 환호가 없는 것 같다. 참여인사들의 준비도 부족한 것 같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먹거리인 경제에마저 먹구름이 끼고 있다. 잔치 분위기여야 할 참여정부의 첫 무대가 불안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