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놉시스, 한국 EDA시장서 나홀로 호황

 세계 1위의 반도체설계자동화(EDA)업체 시놉시스가 한국시장에서 ‘나홀로 호황’을 즐기고 있다.

 후단계(백엔드) EDA업체 아반티를 인수·합병한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 말로 끝난 2002년 회계연도에 한국시장에서 300% 이상의 성장률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1월 말로 끝난 2003년 1분기에서도 LG전자·하이닉스반도체 등 대형 고객들과 신규계약을 체결하면서 높은 성장세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적인 시장위축에도 불구하고 시놉시스가 케이던스·멘토 등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한국시장에서 선전을 거둔 데는 아반티와의 합병에 따른 매출 증대와 함께 새로 부임한 은진혁 지사장의 공격적 영업방침이 성공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은 지사장은 취임 초기부터 EDA툴을 한번 구입해 영구적으로 사용하는 ‘영구 라이선스’(perpetual licence)가 아니라 ‘시간제 라이선스’(TBL) 형태로 영업방식을 바꾸고 주요 고객 등을 대상으로 설득작업을 시작했다.

 시간제 라이선스는 EDA툴이 설비자산으로 책정되지 않고 경비로 잡혀 국내 반도체업체들이 꺼려왔던 방식. 그러나 시놉시스는 서비스료 인하와 후속제품 개런티 등 다른 조건을 제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은 지시장이 과거 인텔 본사 엔지니어와 한국지사장을 맡으면서 구축한 인맥과 협상력이 작용했다는 평이다.

 특히 삼성전자와는 1년여간의 끈질긴 협상끝에 대규모 TBL 계약을 따냈고 LG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와도 비슷한 형태로 계약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문제는 올해다. 지난해 호성적을 올린 만큼 본사도 한국시장에 대한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때문에 시놉시스가 새 수익을 거두기 위해서라도 IT SoC 지원센터나 IT SoC 캠퍼스, 그리고 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불법 라이선스를 단속하거나 라이선스료 인상 등을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최근 시놉시스가 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SPC)에 가입하고 26일 아트 드 지우스 회장이 방한하는 것도 일련의 결정을 내리기 위한 수순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시놉시스가 한국시장에서 고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새 영업전략을 대기업들과 만찬가지로 연구소나 중소기업에 적용할 경우 무리수가 뒤따를 것”이라면서 “업체의 규모나 성격에 맞게 제품군을 다양화하는 것이 시놉시스의 과제”라고 지적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