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서 한두달 전쟁하더라도 중동 수출에는 문제없다.’
미국과 이라크 전쟁 개전으로 국내업체들의 중동 수출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관측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 수출 관련 벤처기업들은 이에 별로 게의치 않는 눈치다.
중동에 셋톱박스, 휴대폰 단말기 등을 수출하고 있는 휴맥스, 세원텔레콤, 한단정보통신, 글로벌테크 등 주요 벤처기업들은 20일 전쟁 개전에도 불구하고 올 수출 목표 달성에 큰 지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2분기는 소비위축에 따른 자연스러운 수요감소 기간이기 때문에 이 기간 전쟁이 계속돼도 수출에 큰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판단에는 사태 장기화에 따른 현지 소비심리 위축과 유가급등에 따른 제조비 부담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전례로 볼 때 대체로 이들 벤처기업의 수출품이 대부분 전쟁 등 위기상황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품목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중동 수출비중이 높았던 휴맥스는 올해 시장다변화를 통해 중동쪽 비중을 낮춰 근심거리를 줄였다. 한 관계자는 “시장다각화를 위해 지난해 35%가 넘었던 중동쪽 수출비중을 27%대로 낮췄다”며 “특히 현지 셋톱박스 시장은 보통 하반기에 매출이 발생하기 때문에 전쟁이 조기에 종전되지 않더라도 전체적인 수출목표에 큰 지장이 없다”고 관측했다.
전쟁이 발발하자 관계자는 “현재 수출품 선적에 이상은 없으며 다행히 하적항도 전선과 떨어진 아랍에미리트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원텔레콤은 마침 현지 시장개척 단계에서 이번 사태를 맞아 조금은 안도하는 모습이다. 세원텔레콤측은 “중동시장 진출을 위해 지난해 처음 아랍에미리트를 중심으로 현지 단말기 시장에 소량의 제품들을 공급해 왔다”며 “긴장상황에도 불구하고 현지 휴대폰 보급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매달 5000대 가량의 단말기들이 꾸준히 선적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가 끝나면 현지 휴대폰 시장이 급격히 팽창할 것이라는 현지 보고에 따라 신종 아랍어 단말기 개발에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전쟁 발발 조짐에도 불구하고 중동쪽 휴대폰 보급률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며 “시범 수출되고 있는 물량은 개전 여파와 상관없이 꾸준히 선적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000만달러 규모의 DVR 수출 계약을 성사시킨 글로벌테크도 낙관적인 분위기는 마찬가지. 글로벌테크는 지난해말 성사된 수출계약에 따라 올해 중동쪽 수출에 거는 기대가 크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체결한 수출계약에 따라 올해 중동에서만 13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며 “현지 위성방송 수신기 시장은 보통 2, 3분기에 위축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개전된다 해도 전체 수출에는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글로벌테크는 전쟁 개전에도 불구하고 오는 25일로 예정된 선적을 진행키로 했다. 또 입항지인 두바이가 폐항될 경우, 오만 등 우회루트를 활용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단정보통신도 현지 바이어와 계속해서 긴밀한 연락을 취하며 사태추이를 지켜보고 있으나 전쟁여파가 중동 수출에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단정보통신은 현재 중동쪽 위탁판매를 맡고 있는 유럽쪽 바이어로부터 현지 수출에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처럼 중동 수출 벤처기업들이 낙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데에는 전쟁이 단기전으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전후 중동 경기회복에 따른 IT·전자제품 수요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실제로 미 이라크전 발발 위기가 고조되던 지난해 중동쪽 벤처 수출도 4억3950만달러로 전년 대비 3.8% 증가해 소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박근태기자 runr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