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레이다]안도 랠리의 제약 조건

 이라크 전쟁이 발발하기 훨씬 이전부터 증권가에선 이라크 전쟁이 단기간에 종결될 경우 걸프전 때와 유사한 전쟁 랠리가 펼쳐질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새로운 용어를 만드는 데 재미를 붙인 사람들은 이같은 단기간의 상승장에 안도 랠리(relief rally)란 그럴 듯한 이름까지 붙여줬다. 말 그대로 안도 랠리란 이라크 전쟁 발발로 그동안 전세계 증시를 짓누르던 가장 큰 불확실성 중 하나가 해소되면서 지수상승에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대부분 증권사들은 벌써부터 걸프전 당시의 각종 지표와 현재의 지표를 비교·분석하는 자료를 내놓으면서 걸프전 종결 후 IT 및 대형 우량주를 중심으로 상승 랠리가 펼쳐진 사실에 주목, 향후 증시전망과 유망종목들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이번 전쟁과 걸프전의 양상을 꼼꼼히 살펴보면 유사점만큼이나 차이점도 많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과거의 전쟁 학습효과를 경험삼아 이번에도 그간 낙폭이 컸던 IT우량종목을 중심으로 매수에 나서야 하지 않겠냐며 목청을 높이고 있다. 이번 안도 랠리가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지만 현재 매물대가 집중돼 있는 570∼580선대를 돌파하면 620선 이상 상향돌파도 무난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대다수 시장 분석가들은 이번 안도 랠리가 주는 편안함에 침잠하지 말고 그 이면에 숨겨져 있는 우리경제의 현실을 다시 한번 직관해야 할 때라고 경고한다. 안도 랠리가 지나간 자리에 버티고 있는 것은 결국 우리경제의 펀더멘털 아니겠냐는 자성의 지적이다. 이 때문에 한 애널리스트는 벌써부터 “펀더멘털로 돌아가자”고 역설한다. △연초부터 둔화조짐을 보이고 있는 내수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경제 성장률 하락 전망 △여전히 SK사태의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금융시장 △무디스 등 신용평가기관의 한국에 대한 컨트리 리스크 요인 증대 등 펀더멘털 개선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